책소개
작가가 <백범> <논개> <열애>에서 실존인물을 소재로 삼고 '역사'에 집중했던 것과 차별화하여 역사 속에 분명 존재했던 '조선인 가미가제'를 소재로 상상력을 극대화해 '시대'를 쓰기 위해 노력한 작품이다. 1940년대를 전후한 혼란스러운 시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암울한 현실을 그리기보다는...
백정 마을에서 가장 백정스럽지 못했던 내 할아버지 쇠날과 백정 마을에서 가장 반반한 처녀이며 호락호락하지 않은 처녀였던 할머니 올미.
쇠날과 올미의 아들이며 내 아버지인 훕시. 어쩌면 내 아버지의 아비는 백정 쇠날이 아니라 홀로 산으로 나물하러 갔던 올미를 겁탈한 양반 자제 셋 중 한 놈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진짜 아비에 대한 의혹을 품고 있던 내 아버지 훕시는 할머니 올미가 죽은 후, 백정 마을을 떠난다. 개같이 일해 돈을 벌고 모아 진주 하씨 가문의 족보를 사고 진짜 양반가 규수인 경성여고 출신의 신식 교육을 받은 내 어머니 정선과 결혼한다.
「아버지는 여전히 자신을 양반의 씨앗이라 믿고 족보를 사서 공식적으로 양반의 성을 얻었지만, 가죽을 벗기던 손으로 가죽이 벗겨진 채 죽은 조상을 모신다는 것은 얼마간 꺼림칙했다. 아무리 낯가죽에 철판을 깐 아버지라도 마음 밑바닥에 고인 열등감까지는 제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진짜, 진짜 양반 출신의 여자를 찾아 결혼하자.’
아버지의 계산 방식대로라면 양갓집 규수와 결혼해야 아버지의 핏줄 속에 흐르는 백정의 피가 희석되어 자식에게 전해질 터였다.」
역사소설로 단연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존재이며, 2005년 세계일보 1억원 고료 세계문학상 수상작 <미실>의 작가로 이름을 알린 김별아는 이 책에서 우리의 근현대사를 익살스럽지만 서글픔으로 그려내고 있다.
책의 대부분은 백정의 피가 흐르는 훕시인 동시에 진주 하씨인 하계운이며 창씨 개명으로 얻은 이름인 가마모토 구니히로인 한 사내의 삶과 그의 가족들을 통해 일제 강점기 말의 사회상을 풍자적이고 냉소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소설적 재미를 더하기 위해 통속적 요소를 영리하게 깔아 놓아 정신없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글의 마지막 부분에 이 책의 제목이 생각나게 하는 가미가제 독고다이에 관한 부분이 나온다.
하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책 전체가 자살특공대라 불리는 가미가제 독고다이임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