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 ‘여성’으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존중받고자 한 딩링의 대표작이다. 이 책은 ‘개성 해방’이라는 5·4 신문학 운동의 여파를 ‘소피’라는 한 여성의 내면세계를 통해 여과 없이 보여준다. 절제되지 않은 격한 감정의 흐름이 날카로운 사색의 단편들로 비어져 나온 빼어난...
『소피의 일기』를 포함한 딩링의 초기 작품들은 당시 여류작가들과 달리 기존의 여성상과 다른 신여성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작품 초반부에서 자유로움, 성적인 욕구를 열망하는 소피의 모습은 나에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러나 스스로를 제대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자신을 알아주길, 먼저 다가와 사랑을 속삭여 주길 바라는 수동적이고 전통적인 여성상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아쉽고 또 안쓰러웠다. 특히나 소피가 자아와 현실간의 괴리에 고통스러워하다 결국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떠나버리는 것을 선택한 부분은 이 소설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였다. 아무래도 작품이 쓰여 진 시기가 자신 앞에 놓인 관념에 맞서 싸울 수 없는 분위기였으리라 생각하지만, 선택하지 않고 회피해버리는 것으로는 주인공이 내내 끌고 온 갈등을 마무리 지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소피의 일기’는 제목 그대로 소피라는 여자의 일기이다. 글은 소피라는 여성이 일기를 쓴 것을 그저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그 일기를 통해 그녀의 감정이 어떻게 변화되고 그 감정을 어떻게 조절하려하는지, 절제하지 못하고 표출되는 자신의 감정 사이에서 어떤 갈등을 겪는지를 잘 보여준다. 소설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는데, 자유를 추구하는 열정과 그것을 가로막는 인습과의 힘겨루기는 소설에서 소녀의 투병이라는 상징적 행위로 구체화되었다고 한다.
책의 해설에 "죽은 듯이 고요한 문단을 공격한 하나의 ‘폭탄’이었다." 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솔직히 나는 어떤 부분이 어떻게 폭탄인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