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당나귀 귀는 레이몽의 별명이다. 집에서는 부모의 사랑을 못받고, 학교에서는 공부를 못한다고 선생님에게 매일 귀를 잡혀 당나귀 귀가 되어버린 레이몽. 아이들에게 늘 따돌림을 당하는 레이몽에게 유일한 즐거움이 있다면 수요일 아침에 빵집 아저씨의 작은 용달차를 타고 마을을 돌면서 빵을 배달하는 것....
1. 머리말
동화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화는 아름다워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과연 동화라고 해서 모두 아름답고 희망찬 내용만을 담아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동화도 소설의 일부이자 연장선이기에, 신랄하게 사회적 문제를 비판할 수도 있고 과감한 언어를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단지 동화는 동화라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에, 소설에 비해 어느 정도의 수위조절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이처럼 동화가 환상적이고 아름답기만 한 이야기로 그치는 것은 이미 예전의 일인 것이다.
프랑스의 작가 쎄르쥬 뻬레즈 또한 현실의 문제, 그 중에서도 주로 청소년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날카로우면서도 깊이 있는 작품을 창작했다. 그는 작품에서 어른들의 위선적인 모습을 간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직접적이면서도 충격적이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작가의 시선은 환상보다는 현실에, 희망보다는 절망에 맞춰져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 글에서는 쎄르쥬 뻬레즈의 『당나귀 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며, 이와 유사한 동화와의 비교를 통해 작품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자 한다.
2. 눈에 보이는 작품세계 (표면적 측면)
사람들은 대개 문장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읽기 보다는 전체를 포괄하는 주제나 글 속에 담긴 의미를 찾고자 작품에 매달리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의미만큼이나 중요시 되는 것은 바로 표면적으로 보이는 작품의 구성요소이다. 작가의 문체, 시점, 캐릭터, 묘사 등은 소설을 구성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소설과 일맥상통하는 동화에도 이러한 구성요소가 필요할 것이라 여겨진다.
쎄르쥬 뻬레즈는 깔끔하면서도 냉소적인 문체를 사용하여 작품의 풍자적 색채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군더더기 없는 그의 문체는 위선과 부조리로 가득 찬 세계를 비판하기에 적합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