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문학의 역사를 더듬어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시간!2017년 제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웃는 남자』. 한국문학의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소설가 김유정의 문학적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되어 지난 한 해 동안 문예지에 발표된 모든 중·단편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별하여 시상해온...
이 책은 제 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이다. 작가는 청주대 철학과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다. 웃는 남자는 한국사회에 침전되어 있는 작고 희미한 소리들, 마치 웅웅거리는 소음과도 같은 소리들을 불러내어 서사시적인 필체 속에 담아낸 작품이다. 서울 주변부를 힘겹게 옮겨 다니며 살아가는 두 사람이,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한 세운상가에서 만나서 짜장면을 같이 먹고 진공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웃는 남자’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작품에서 주인공 d는 웃지 않는다. 그는 가까운 친구를 버스사고로 잃고 홀로 힘겹게 서울에서 살아가다가 월세를 내지 못해 쫓겨나게 된다. 그 후 세운상가에서 택배들을 옮기는 일을 하고 창문도 없는 좁은 고시원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가 여소녀라는 세운상가의 스피커를 파는 주인과 친해지게 되고 스피커에서 들리는 소음에 끌려 스피커를 구매하게 된다.
책의 흥미로웠던 구절은 다음과 같다. ‘dd와 그의 형제는 별로 닮지 않았지만 그가 잠을 잘 때, 눈을 감고 잘 때는 닮아 보일 거라고 d는 생각했다.
이 작품은 오랫동안 나는 그 일을 생각해 왔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나는 이 문장이 꽤나 인상 깊었다. 우선 이 문장을 읽고 나서 ‘그 일’이 무엇인가가 궁금했고, 오랫동안 생각해왔다고 한 만큼 소설 속 내용이 상당히 내면의 깊은 곳을 만져주는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비단 느낌뿐만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주인공의 집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이게 집인가.’싶을 정도로 그 집은 상상 속이나 머릿속에나 존재할 법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가구도 식기도 벽에 걸린 것도 없고 조명도 없다. 바깥이 어두워지면 이 집도 어두워지고 바깥이 밝아지면 이 집도 조금 밝아진다. (중략) 이것은 복도처럼 생긴 공간이다. (중략) 현관엔 불투명한 유리를 끼운 네모난 창이 있다. 나는 이 대목을 읽고 위와 같은 공간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봤다. 낮에는 괜찮을지 몰라도 밤이면 불도 켤 수 없어 어두컴컴하고, 가끔 현관 밖의 센서등이 켜질 때에만 희미하게 사물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어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