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3권 『마지막 테우리』에는 단편소설이 요구하는 모든 요소를 고루 갖춘, 우리 단편문학 역사에 빛날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은 표제작 《마지막 테우리》와 함께 ‘4·3사건’ 관련 작품인 《거룩한 생애》, 《목마른 신들》, 《쇠와 살》, 《고향》의 소설과 자전적 소설 《위기의 사내》, 당대의 현실을 다룬...
<마지막 테우리>는 제주 4.3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소를 치는 순만 노인 내면과 회상을 통해 4.3의 기억과 상처를 어루만진다. 소설 속 노인의 모습은 현세대가 4.3을 기억하지 못하고, 치유하는 데 도움이 안되었음을 시사한다. 소설은 잊혀져 가는 역사를 다시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넘어서 우리의 아픈 역사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개인과 역사의 상처를 파고들면서도, 한층 더 절제되고 깊이 있는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그리고 내게도 몇몇 문제의식을 남겨주었다.
작품은 고순만 노인이 제주4.3 사건의 아픔을 잊지 못한 채 살아왔음을 드러낸다. 노인의 흙빛 얼굴, 시든 입술, 모호한 눈빛… . 노인의 외관이 드러나는 이 대목에서 그의 외관은 어딘지 모르게 죽어있다. 이는 제주4.3 사건의 참혹함을 겪은 노인이 그 아픔을 잊지못한 채 긴 시간을 살아왔음을 보여준다고 느껴졌다. 또 굳은 살, 주름, 흰 머리칼의 묘사는 제주 4.3사건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테우리는 마을에 마지막 남은 테우리인 고순만 노인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에 대해 서술한 소설이다. 초원에서 다른 사람들의 소를 치면서 살아가는 고순만 노인은, 이제 겨울이 다가와 초원에는 오랜 친구인 현태문의 소밖에 남지 않았고, 소 주인인 현태문 노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에는 이제 더 이상 이들의 옛날 마을사람들이 남아있지 않은데, 이는 과거 있었던 4.3 사건 때문이다. 고순만 노인은 4.3사건을 피해 마을사람들과 초원으로 올라왔으며, 소를 죽이고 무장대에 의해 무고한 사람이 죽게 하는 등 아픈 과거가 있다. 이 소설은 제주 4.3 사건에 대한 아픔과 한 사람의 삶과 도덕성에 대한 고민이 나타나있는데, 나는 이 소설을 세 가지 관점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관점은 소설 내부에 있는 여러 가지 대상들에 담겨진 의미를 파악하는 관점이다. 소설은 초원이라는 단일의 공간적 배경과 초겨울 날의 오후라는 단일의 시간적 배경에서 고순만 노인의 회상과 생각을 통해서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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