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교환에서 돈이 생겨났다는 가설은 사실이 아니며, 도시는 시민 보호를 위한 발명품과 거리가 멀다면? 인류의 ‘시작’을 밀도 높게 추적한 문명 대탐사. 역사학, 고고학, 인류학, 철학, 종교학, 신화학, 생물학, 유전학, 언어학, 문학 등 방대한 학문적 토대를 바탕으로 모든 것의 시작을 탐구한 인류 문화 오디세이.
9. 도시의 시작 – 누군가 담을 쌓으려고 마음먹었다
성벽이 둘러싼 최초의 거주지로 알려진 예리코는 최초의 도시였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도시가 무엇이냐를 분명히 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지닌 도시와 시골, 도시와 마을의 개념은 기원전 9500~기원전 8000년 무렵 요단강 서편에 있던, 성벽으로 둘러싸인 공동체가 어떤 의미에서 하나의 도시라고 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런던이나 바이마르를 ‘도시’로 만드는 것은 오늘날이나 역사적으로나 그 크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도시 개념을 잡아내기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이 문제를 탐색한 학자들은 우선 거주 지역의 크기나 인구 밀도를 배제한 도시 개념에 도달했다. 다른 사람들의 농업 생산물에 의존하는, 또는 지방 거주민이나 낯선 사람들이 공급하는 시장에서 농산물 수요를 충족하는 정착지를 도시라고 본 것이다. 따라서 크기와 인구 밀도와 같은 도시에 대한 밤의 정보 보다는, 거주지와 상업을 보호하고, 주변 지역과 공동체 구성원들을 통제하는 중심 장소로써 도시의 낮의 정보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시장, 요새, 행정구역 등은 그런 도시의 요소들이라 할 수 있다. 도시는 마을보다 더욱 광범위한 사회적 다양성으로 규정된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도시는 점점 더 많은 사회적 분업이 이루어지는 곳, 즉 전문가들이 사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의 시작은 거주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거주지는 한 지역의 동물계와 식물계가 정착을 허용할 경우에 생겨나는데, 기원전 8000년 무렵에는, 기원전 1 만 년 이후로 나타난 지구 온난화의 결과들이 특히 근동 지역에서 정착을 허용했다. 이와 같이 정착에 성공한다면, 분업을 위한 최초의 계기들을 지닌 사회가 생길 수 있다. 그런 사회에서는 주로 도구 생산에 몰두하는 구성원들이 있으며 또는 예배 활동을 전담하는 구성원도 있다. 또한 이런 사회들은 크기가 커진다. 점점 줄어드는 영아 사망과 인구 유입을 통해 도시가 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구가 증가하고 정착지가 일정한 크기 이상으로 성장하면 공동체 구성원 내에서 논의할 계기도 점점 늘어나게 된다.
들어가는 말- 바퀴
가장 중요한 발명들은 발명자가 없다. 우리는 누가 처음 직립 보행 했는지, 말을 하였는지 알지 못한다. 시간상으로 멀리 떨어져있고, 누가 언제 이런 것들을 했는지 알 수 있을 만한 유물이 충분치 않아서만 대답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개별 인간이 그런 것들을 발명했다고 상상할 수가 없기에 답을 못한다. 오랫동안 인류는 발명자가 누군지 상상해보려고 했다. 이에 등장한 것이 신화이다. 불을 가져온 이는 프로메테우스고 헤르메스가 문자를 발명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발생하였다. 이런 이야기들은 과거 시대에 나왔다. 그들에게 시작이란, 깨달음으로 가득 찬 것이자 신비로운 것이었다.
종교 등장 이후, 창조신학의 관점에 따르자면 태초에 지식은 아주 분명하고 포괄적인 것이었으니, 시작이 나머지 모든 것에 영향을 끼칠 수가 있었다. 모든 시작은 신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그로 인해 지식들이 전파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500년 동안 신학자들에게 아담은 최초의 인간이며 가장 똑똑한 인간이었다. 그는 문자를 발명하고 지혜로운 책들을 서술하여 새로운 지식 창조에 도움을 주었다. 다만 증명할 책들이 당시 존재하던 여러 도서관과 함께 대홍수에 가라앉았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아담 이전에 그보다 더 많이 알고 문자를 기록한 인간들이 있다는 주장이 발생하면서 기존의 생각은 무너지게 되었다.
다음으로 철학 전통은 이름에서 유추해 온갖 기원들을 설명했다. 이들의 설명은 사회적 발명들의 본질을 그 시작 지점에 둔 것이다. “인간은 인간으로 시작되었고, 그것이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이었다”라는 Frederic Wood Jones 말에서 시작을 중요하게 인식하였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최초의 인간들은 문자를 갖지 못하여 시작들에 대한 어떠한 증언이 없었다. 그래서 근대 이후 사람들은 시작의 모델을 철학적으로 구성하고는 그 조건의 총합을 ‘자연 상태’라 불렀다. 이 상태는 문명의 업적들이 없는 상태로 매우 곤궁한 상태이다. 철학적 과제는 빈곤한 상태로부터 그 상태를 극복한 것들이 드러나게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자연 상태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토머스 홉스의 자연 상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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