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신의학
망치를 들고 있으면 세상 모든 곳을 두드리고 싶어지는 법이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다. 개인과 그 개인의 모임인 사회를 진단하고 치료법을 제시한다.
저자의 논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가정(assumption)이 필요한데 조직은 개인의 집합이라는 점이다. 경제학에서는 미시(micro)와 거시(macro)를 전혀 다른 카테고리로 본다. 그래서 하나의 대상에 대해 벡터가 180도 다른 이야기를 하고서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학문이 경제학이 되는 것이다. 통상 개인과 사회가 다르다는 관점에서 심리학과 사회학이 구분된다. 사람의 행위와 조직의 제도적 행위는 다르다는 것인데 구글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인지과학에서는 이런 구분이 의미를 잃을 수도 있겠다. ‘빅 데이터’라는 것이 샘플링이 아닌 전체 모수를 대상을 측정할 수 있게 할 것이니 말이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를 명확히 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은 희망 섞인 표어이긴 하다. 하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말 만큼 유아적인 발상은 없다. 인간은 반드시 한계에 봉착하기 마련이고, 그 한계를 인지하는 것은 성숙으로 가는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핵가족이 진행되면서 철부지사회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대가족이 해체되고 가족에서 한 명뿐인 아이들은 부모들의 기대감뿐만 아니라 부모들의 꿈과 희망의 투사대상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꿈+부모의 꿈이 겹치면서 실패해서도 안된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설령 넘어질까봐 장애물을 미리미리 제거해준다. 심지어 학교에서도 '몬스터 페어런트'가 되어 "우리아이는 절대 그럴아이가 아니다" 라며 교사를 위협한다. 자신의 자식이 잘못한 일이 있다면 반드시 혼나거나 반성을 해야하는 기간, 자기 스스로 잘못과 한계를 깨닫고 스스로 수정하는 기간이 있어야 하지만, 최근에 나타나는 부모들은 이러한 한계와 반성의 기회를 아예 박탈한다. 아이들의 기가 꺾이거나 꿈을 꺽지 말라는 의미에서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왜 윽박지르냐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엄연하게 아이들을 망치는 행동이며, 사회를 망치는 행동이다.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살면서 다양한 것들을 획득해 가는 동시에 유아적인 만능감을 하나씩 버려 나가는 과정이다. 극히 소수의 천재나 스타를 제외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꿈과 자기애적 이미지 등을 포기하게 된다. 그런데 포기를 하지 못하는 '성숙 거부자'들, 다른 말로 하자면 대상 상실(對象喪失)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9쪽)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하여, 사람들은 점차 회피하고 있다. 이것은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명확한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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