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런 이야기들이 모여 우리 사회가 고통을 외면하고 고통을 겪는 이를 억압하거나 사회적 공간에서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고통에 대해 듣고 응답할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잘 다뤄내고 있는 것일까.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I. 이 책을 선정한 이유
I-1. 고통에 대한 궁금증
삶의 순간순간에 크고 작은 고통이 닥칠 때마다 늘 왜 이렇게 고통스러워야 하는지, 이게 의미가 있는지, 의미가 있다면 이 고통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그 답에 대해 아직 스스로 정의 내리지 못했기에, ‘고통’을 본격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이 책의 내용이 궁금했다.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라는 제목을 내걸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이 안에 담겨있기를 바라며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책의 전반에 걸쳐 ‘고통’이라는 단어가 셀 수도 없이 많이 언급된다. 그렇다면 ‘고통’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고통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할까? 위키백과사전에서는 고통을 신체, 감정, 철학의 세 가지 분류를 통해 설명하고 있고, 네이버사전에서는 고통이란 ‘몸이나 마음의 괴로움과 아픔’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에서는 여러 고통 중에서도 감정에 관한 고통을 다루고 있다. 즉, 감정적 고통의 실체와 이를 겪어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가 고통을 겪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는 다음 문장들을 통해 알 수 있다.
고통을 겪는 이는 대체로 바깥은 붕괴하고 자기에게 함몰되어있는 상태다.
- 엄기호(2018),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p18
프롤로그 : 고통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고통에 대한 증언을 전문가의 해석을 통해 새로운 언어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 내가 주목하고 염려하는 것은 고통을 겪는 이들의 주변 세계다. 고통을 겪는 이들은 어떤 말로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고 혹은 소통하지 못하면서 누구와 세계를 짓고 또 누구와의 세계는 부수고 있는가?
● 언어는 공동의 집인 세계를 짓는 도구다. 우리는 말을 듣고 말에 응답하면서 관계를 맺고 유지한다. 이렇게 말로 세계를 짓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응답이다.
● 고통에서는 고통이 주체다. 겪는 이가 아니다. 고통을 겪는 이가 그럴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는 것과 고통이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주 다르다.
1부 고통의 지층들 : 고통의 곁, 그 황량한 풍경에 대하여
■ 고통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한다.
● 고통은 억울함을 거쳐서 자기의 삶을 돌아보고 자기에 대한 앎에 이르게 한다.
● 자기에 대한 앎이란 고통을 겪는 자기를 알고 자기를 다루는 과정이지 고통의 원인을 알고 제거해가는 것이 아니다.
■ 고통은 개인의 내면과 세계를 파괴한다.
● 절대적인 억울함, 통제할 수 없는 마음, 고통을 당한 이유에 대한 답은 내면에 있지 않았다. 고통 자체가 자기와 무관하게 온 것이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