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만지한국희곡선집>은 개화기 이후부터 현대까지 문학사와 공연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희곡 연구와 창작을 돕고 공연에 활기를 불어넣기를 기대합니다. 이 책은 2막과 에필로그로 구성된 작품이다. 열정과 패기로 20대를 보낸 386세대가 사회에 진출해서는 비루하게 살아가는 현실을...
<돐날>은 정숙과 지호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의 첫 돌맞이 잔치를 열게 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가장 처음으로 주목했던 것은 라디오의 역할이었다. <돐날>의 첫 장면에서 정숙은 지호와 함께 아기를 안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암전 후 바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경우 정숙이 옷을 갈아입거나 무대를 재정비할 시간이 부족하게 된다. 따라서 라디오는 암전 속의 배우들에게 연극 진행을 위한 최소한의 말미를 주기 위해 삽입된 장치가 아닐까 한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을 재생하며 희곡의 시간적 배경이 여름임을 알리는 것 이외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극이 진행되며 간간히 들려오는 빗소리나 번개소리 또한 흥미로웠는데, 극 초반 친구들이 둘러앉아 전을 부치는 평화로운 광경의 배경으로 급작스레 삽입되는 번개 소리는 관중들로 하여금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조성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