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1970년대의 독재정권을 풍자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등장인물은 촌장, 망루 위에서 이리떼를 감시하는 파수꾼 ‘가’, 양철북을 두드려 이리떼 출몰을 알리는 파수꾼 ‘나’, 새내기 파수꾼 ‘다’이다. 작품의 초반에는, 파수꾼이 되었지만 아직 이리떼가 두려운 소년인 파수꾼 ‘다’의 심리를 묘사한다. 강하고 용기 있는 파수꾼이 되고 싶어 하지만 이리떼만 나타났다 하면 몸을 숙이고 겁에 질려 있었다. 이리떼의 등장을 알리는 북치기는 늘 파수꾼 ‘나’의 몫이었다.
파수꾼 ‘나’는 새내기 파수꾼인 ‘다’를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한다. 꽤 오랜 시절 파수꾼 생활을 해온 ‘나’에게 파수꾼 ‘다’는 그의 외로움을 덜어줄 선물 같은 존재였다. 그렇게 파수꾼 ‘다’는 그의 점점 파수꾼 생활에 적응해 나가고 점점 두려움을 이겨 나가며 진정한 파수꾼이 되기 위한 노력을 거듭한다.
우리는 자주 실체 없는 것들에 휘말린다. 그러기를 강요당한 막연한 분노나 두려움은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고 헛된 희생자만 만들어낼 뿐이다. 조지 오웰의 <1984> 속의 사람들은 언제나 무언가에 대한 분노와 증오, 두려움에 가득 차 있었지만, 그것으로 이루어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조장된 공포는 권력자들의 수단일 뿐이다. <파수꾼>의 촌장은 마을의 질서와 단결이라는 목표를 위해 이리떼라는 허상의 존재를 만들어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한다. 사람들은 촌장의 의도대로 이리떼를 무서워하며 질서와 단결을 유지했지만, 촌장의 통제를 제외한 마을 사람들의 삶은 무의미한 것에 가깝다. 존재하지도 않는 이리떼를 피해 도망가다 지붕에서 떨어져 다치고 우물 속에 빠져 죽는 사람들은 촌장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나 다름없으며, , 한평생을 존재하지 않는 이리떼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데 바친 파수꾼 [나]는 구조 속의 희생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