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고전평론가 고미숙의 「달인」 제1권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공부'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라는 슬로건으로 삼아 생로병사로 대표되는 생애의 전 사건을 공부거리로 삼아 세대가 소통하고 공감할 새로운 공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돈이나 명예와...
SNS에서 수능대신 세계여행을 택한 고3 ‘박웅’씨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고3 수능 2주 전, 그는 일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영어 공부를 했고, 두 달 뒤 세계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호주로 갔다. 호주에서 6개월간 일을 하며 세계 여행 경비를 모은 뒤 그는 1년간 6대주 24개국을 돌았다. 그는 ‘공부’를 포기하고 ‘여행’을 택한 걸까? 아니다, 그는 그 나름의 ‘공부’를 한 것이 아닐까.
요즘 사회에서 ‘공부’는 책상에 앉아 특정 과목, 국어, 수학, 영어 따위의 과목을 학습하는 이미지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배움이 제도화되고, 제도권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면서부터인 것 같다. ‘공부’와 ‘성적’은 아주 별개의 속성을 지닌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공부를 강조하지만 그것은 공부의 탈을 쓴 ‘성적’, ‘점수’이다.
전 세계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은 대한민국에 진정한 공부는 없다. 공교육은 자본과 권력이 인도하는 길을 맹목적으로 질주하게 만들뿐이고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긴 대안학교는 그들이 내세우는 생태, 공동체, 다양성 등의 가치들을 학습의 장에서 표현하지 못한다. 사제 간의 관계가 사라진 대학은 취업을 위해 거쳐 가는 단계쯤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현대사회는 학교(또는 학교를 가장한 학원)가 모든 교육을 독점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이 공부가 되는 것을 포기하도록 만들고 그것에 필요한 관습이나 지식을 가르쳐주는 것을 모조리 학교에 맡겨 버린다. 그리고 사람들을 아주 체계적으로 그리고 일생 동안 노예로 만들어 버린다. 이런 교육환경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거짓말을 당연하게 여긴다.
첫 번째는 공부에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근대 이후에 확립된 동일한 연령대의 학생들을 같은 장소에 몰아넣고 같은 내용을 주입하는 방식의 교육은 우리의 모든 차이와 이질성을 말끔히 지워버리고 아주 평균적이고 상식적인 존재로 탈퇴시킨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이 책이 단순히 공부하는 법, 효율적인 학습법을 제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며 목차를 보고도 그렇게 생각했고 시중에 널리 퍼져있는 공부법을 다루는 책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공부를 더 잘하기 위해 그런 책들을 종종 자발적으로 읽었는데, 대학교에 와서도 공부법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인가도 싶어 약간 의아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롤로그를 읽으면서부터 나의 그런 생각들이 본질적인 오류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세 개의 절망 모델을 읽으며 딱 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정리한 것처럼 나는 현재 맹목적으로, 남들이 하니까, 지적 유대도 없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특히 대학에 와서는 그것이 더 심해졌는데 중·고등학교 시절 대입이라는 뚜렷했던 목표가 사라져서 그런 것 같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나는 ‘호모쿵푸스’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들어 초등학생에서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공부와 그에 따른 성적’ 으로 인해 자신의 삶까지 마감한 사람들에 대한 기사가 뉴스나 신문에 셀 수 없이 올라오고 있다. 14년(초등학교 6년, 중 · 고등학교 6년, 재수 1년, 대학교 1년)을 공부해 온 나로서, 중 · 고등학생의 학업으로 인한 자살은 입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나마 납득할 수는 있겠으나, 학업으로 인해 자살까지 선택하는 연령대가 적게는 초등학생, 많게는 대학생으로 확장된 것을 보면서 ‘공부’라는 것이 사회 내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할 정도의 무지막지한 영향력을 갖게 되었음에 치가 떨린다. 이런 사건들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대부분의 여론들은 교육의 대안책을 내놓기 보다는 ‘입시 지옥, 취업난’을 해결하지 못하고,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공부race에 내몰고 있는 사회의 교육제도에 대한 비난만 하고 있다. 유의미한 대안책이 부재한 이 실정에서 여론들이 무의미한 탁상공론의 비판만 늘어놓는다고 하여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률이 줄어들고 현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해결되겠는가? 이 부분에서 초점을 맞춰야할 점은 ‘학생들이 느끼는 자기 자신을 포기할 정도의 공부에 대한 혐오감과 스트레스’이다. 이는 공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인지하지 못하고, 공부를 단순히 성적을 잘 받거나 입시와 취업에 합격하고자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강제적인 수단적 과정으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진정한 이유를 깨닫고, 그 필요성을 스스로 느낀다면 공부를 스트레스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다는 ‘유희’의 대상으로서 좀 더 즐기면서 향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의 부모님은 내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거의 매일을 학원에 가둬두면서 성적을 위한 공부의 필요성에 대해서만 강조하셨다. 이로 인해 나는 공부를 세상의 이치에 대해 깨닫고, 자아실현을 하는 의미보다는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점수를 잘 받아 남을 제치는 공부가 진정한 공부라고 생각하는 즉, 대한민국식 전형적인 교육제도의 희생자로서 지금까지 살아왔다.
![[독후감] 공부의 달인 호모쿵푸스_고려대학교_사회학의이해_교양](https://image4.happycampus.com/Production/thumb212/2022/07/19/data27299088-0001.jpg)
[독후감] 공부의 달인 호모쿵푸스_고려대학교_사회학의이해_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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