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호철은 인간의 삶에 대한 아름다움을 다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가의 인식은 이기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해서 얻어지는 낭만이 아닌 인물들을 통해 순간의 '사람다움'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이번 ‘소시민’의 주인공들 역시 삶의 찌든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끊임없이 사람다움이 드러나는 순간들을 보여주고 있다. 소시민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소설을 읽는 동안 쉽게 이해할 수 있거나 와 닿는 인물은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인물들의 삶이 나타나게 된 배경이 전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은 수긍할 수 있었다.
주요내용(사건)
‘나’는 한국 전쟁 중 1.4 후퇴 때 홀로 월남하여 부산으로 피란을 왔다. 피란지 부산은 저마다 삶의 풍파를 겪고 온갖 이데올로기가 정신없이 몰아치는 공간이다. ‘나’는 남포동 일대에서 부두 노동을 전전하다가 우연히 완월동 제면소에 취직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수많은 인간 군상과 마주한다. 이들에 대한 애정과 증오, 갈등, 화해 속에서 나는 이 시대 한국을 알아가고 성숙해진다.
작품배경(시간,공간)
1951년 피란지 부산
특징
회상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전쟁 당시 혼란하던 사회의 모습을 한 발자국 물러나 성숙한 자세로 그려내고 있다.
관련내용
특별한 사건 없이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느슨하게 펼쳐져 있는 <소시민>의 이야기 구성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서술자가 수행하는 관찰과 논평의 역할이다. 작가는 다양한 인물에 대한 서술자의‘애도’와‘비판’의 서술전략을 통해 당시 이데올로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형성한다.
탁류에 의지하여 흘러가는 생들- ‘소시민’을 읽고
한 사람의 생은 자신의 것이지만 시절마저 선택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삶은 자주 풍파를 겪는다. 온전히 내 것이 아닌 삶.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세계에 던져졌다. 생의 의지는 그저 주어진 것들을 가지고 견뎌내야하는 것일 뿐, 살아갈 시간과 공간을 선택하는 일에 있어 인간은 애초에 소외된 존재다. 혼란의 시대에 태어나면 생을 다해 혼돈과 절망에 맞서야 한다. 불안의 시대에 태어나면 삶의 전반을 옭아매는 불안의 그림자와 맞서야 한다. 왜 나는 안정한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느냐고, 탓할 누군가도 없다. 원망하기에는 이 불행은 나만의 것이 아니고, 한가하게 절망이나 하고 있기에는 한 치 앞의 생도 버거운 탓이다. 어두운 시절을 살아가는 개인은 그렇게 각자의 삶을 잃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그저 거대한 탁류에 휩쓸려 나간다. 이 소설의 여러 군상들이 그렇다.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오늘날의 세대인 나로서는 전쟁에 대해 운운 할 만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전쟁은 결코 단순한 국가 간의 싸움이 아니고 정치를 논하는 사람들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이기적인 야망임이 분명하다. 소설에서도 보아지다 시피 등장하는 인물들은 진정한 전쟁에 대해 잘 모르고 있고 잘 안다고 해도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한테는 그것이 과거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이는 정씨와 김씨의 관계에서 가장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물질적인 면에서 승승장구하는 김씨에 비해 날이 갈수록 수그러들고 타락 맞은 듯 초췌해지는 정씨의 대립구조는 전쟁이 가져다준 희생양의 양상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관찰자 ‘나’를 통해 서술되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변화 과정과 15년 뒤의 그들의 삶을 작가는 경제적 안정감을 기준으로 성패를 암시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