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저자 허쉬먼은 초기 시장경제가 형성된 시기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열정과 그 열정을 통제하려는 다른 열정, 그것의 정치적 의미, 경제적 의미를 이해관계로 해석한 많은 초기 자본주의 사상가들의 논저를 고찰하면서, 이해관계에 포함된 경제적 의미로 볼 때, 기존의 정치학 연구에서...
1. 여는말
이 책은 허쉬만이 ‘열정’이라고 칭하는 인간의 파괴적 동기와 오늘날 물질적 복리로만 취급받는 ‘이해관계’ 개념간의 관계에 대해 정치사상사 위주로 설명한 글이다. 주된 내용으로는 ‘이해관계’라는 개념과 자본주의 정신이 태동한 역사적 배경과 그 의의를 밝히고, 이러한 ‘이해관계’가 정치적으로 이용됨에 대한 사상적 역사를 다루고 있다. 책의 부제는 “고전적 자본주의 옹호론”이지만, 책을 전부 읽고 나면 고전적 자본주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에 관한 사상사만을 서술하기보다 -책의 말미에 저술한 듯이- 자본주의가 정치사상으로 이용되기까지의 논의, 그에 따른 비판 모두 다룸으로서 옹호자이든 비판자이든 간에 ‘열정과 이해관계’를 둘러싼 지성사를 이해함으로써 오늘날 전개되는 논쟁의 수준을 올리고자 쓰인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서평 또한 첫째로 자본주의 정신과 ‘이해관계‘ 개념의 역사에 대해, 둘째로 그 정치적 영향을 다룬 지성사에 대해, 마지막으로 이 책의 내용이 현 시점에서 가지는 의의와 한계를 살펴보며 글을 맺고자 한다.
2. 자본주의 정신의 태동
책은 맑스 베버의 의문제기로 시작한다. “상업행위와 같은 금전추구 행위가 오랫동안 탐욕과 이익욕으로 경멸되다가 근대에 이르러 어떻게 존경받게 되었는가?”(p.17) 14, 15세기에도 상인계층 간에는 자본주의 정신이 존재했고 스콜라를 비롯한 철학자들의 저술에서도 상행위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중세적 가치척도를 보았을 때 욕망은 비해서 저급한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아우구스티누스는 금전과 소유의 욕망을 권력욕 및 색욕과 더불어 타락한 인간의 삼대 죄악으로 비난하였다.
그런데 그 중에서, 권력욕이 칭송과 명예에 대한 욕구와 결합하였을 때는 다른 악덕을 견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다고 지적하였다. 이것이 후세에는 점점 확대 해석되어 전적으로 사적인 부의 추구에 비해 명예욕은 인간결점을 보완하는 사회적 욕구로 간주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