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탄생시킨 천재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며 미루기가 가진 아이러니한 본질에 성큼 다가선다.
더불어 미루기를 다루는 심리학, 경제학, 철학, 과학, 종교적 관점을 만나며 미루기를 다면적으로 조명한다. 미루기는 두려움과 완벽주의가 만든 자아 효능감의 방패일 수도, 우울의 증상일 수도, 도덕적 실패일 수도...
우리 중 20퍼센트는 만성적으로 할 일을 미룬다. 미국 대학생의 3분의 1은 자신이 심각할 정도로 일을 미룬다고 고백한다. 노동자는 하루의 노동시간 중 100분을 뭉그적거리며 보낸다. 하지만 내가 가장 놀란 지점은 정말로 많은 사람이 미루기 연구에 인생을 바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기 계발 산업은 성실하게 성취한 업적과 개인의 출세를 부르짖을 뿐이다. 내가 정말로 출세를 하고 싶었다면 지금쯤 출세했을 것이다. 물론 나는 출세하지 않았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다윈과 드 퀸시. 둘 다 다작한 작가고, 둘다 일을 미룬 사람이다. 도대체 글쓰기라는 것의 정체는 무엇인가? 무엇이기에 자꾸 미루게 되는 것인가? 추측건대, 아마 작가만큼 일 미루는 이의 마음을 잘 헤아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작가는 가장 최후의 최후의 최후의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커리어와 성공, 어길 수 없는 마감일까지)을 거는 사람이다. 도로시 파커는 초고를 내기까지 왜 그리 오래 걸렸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다른 사람이 제 연필을 쓰고 있었거든요. 나는 독립노동자다. 작가나 편집자, 코딩 전문가, 그래픽 디자이너 등이 속한 이 족속의 인구를 보자면 미국에만 수천만 명에 이른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까? 해야 할 일이 아니면 무엇이든 한다. 밥벌이의 불가피함을 조금이라도 더 뒤로 미룰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한다. 하지만 이처럼 임시직에 속한 사람들은 꾸물거리는 행동에 대해 톡톡히 대가를 치러야 한다. 또한 내가 하는 일을 내가 했을 수도 있는 일이나 아직 하지 않은 일을 비교하며 늘상 일종의 실존적 계산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