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의 연표(年表)는 동양에서 출발했다. 서기 105년에 중국인이 종이와 묵을 발명하였고, 곧이어 목판 인쇄로 들어갔다. 14세기에 이르러서는 고려시대의 한반도에서 세계 최초의 주조활자가 생겼다.
이렇듯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는 동방에서 시작했으나 근대적인 발전을 이룩한 것은 서양인들이었다. 그 유구한 역사를 돌아보면, 독일의 마인츠에서 완성된 인쇄기는 문화적 파장을 일으켰고 이러한 문화적 파장은 정치혁명과 종교개혁, 그리고 문예적 개혁의 주춧돌을 마련했다.
중세의 가톨릭 지배 하에선 몇몇 성직자만이 지식의 창조자이자 동시에 관리인이었으나 인쇄기가 퍼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문화는 이미 상층부의 독점물이 될 수 없었다. 도서관 책장의 먼지 속에 묻혀 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문헌은 시민계급을 향해 널리 공유되었던 것이다.
미국의 교육가이자 미국 매스컴 연구의 권위자로 불리는 고(故) 윌버 슈람은 교수는 일찍이 이렇게 주장한 바 있다. “인쇄기 없이 계몽운동은 일어났을는지 모르지만 인쇄기 없이 프랑스 혁명이나 미국 혁명이 있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