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출판하는 이 책은 그저 프랑스혁명에 관한 한 연구에 지나지 않는다. 프랑스인들은 가장 위대한 시도를 1789년에 보여주었다. 그들은 자신의 이전의 모습을 지워 버리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프랑스인들이 그리 성공적이지는 못했다고 줄곧 생각해왔다. 그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이나 습성뿐만 아니라, 앙시앵 레짐을 파괴하도록 혁명을 이끌어 준 이념들마저 앙시앵 레짐에서 물려받았다고 확신한다. 그들은 앙시앵 레짐의 파편들을 이용해서 새로운 사회를 건설했던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프랑스를 잠시 잊고 지금은 사라져버린 프랑스를 더듬어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시기의 프랑스 사회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여 18세기를 면밀하게 다루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당시 살았던 저명인사들의 생애와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에 친숙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거래의 운용, 제도의 실질적 기능, 계급들 사이의 정확한 관계, 이름 없는 대중의 상태와 감정 그리고 사회 저변의 여론과 습속 따위에 대해서는 우리는 애매하고 때로는 그릇된 관념을 가지고 있을 따름이다.
대혁명에 의해 격리되어 있는 앙시앵 레짐의 심장부에까지 다가가고자, 18세기의 유명한 저술들은 물론 서투르게 짜여 져서 오히려 시대의 본성을 더 잘 드러내주는 많은 작품들을 연구했다. 특히 프랑스인들이 대혁명을 앞두고 자신의 의견이나 취향을 드러낸 모든 공문서들에 정통하려고 애썼다. 신분제 의회들과 그 이후의 주 의회들의 회의록은 나에게 많은 빛을 던져 주었고, 무엇보다도 1789년에 세 신분들이 각각 작성한 진정서들을 널리 이용했다.
공공 행정이 이미 확고하게 자리 잡은 나라에서는 어떠한 사상이나 욕구, 고통, 이해관계, 열정이라 할지라도 생겨나는 즉시 공공 행정 앞에 그 적나라한 모습이 노출되어 버린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Alé́xis de Tocqueville, 1805~1859)은 프랑스의 정치 철학자이자 역사가로 『미국의 민주주의』와 『앙시앵 레짐과 프랑스 혁명』이라는 두 역작으로 대표되는 인물이다. 전작은 당시까지 유럽에서 생소했던 미국의 정치제도를 고찰함으로써 현대 사회의 변화 추이를 파악하려 했다면, 후작은 ‘1789년부터 우리 자신의 시대까지 계속되고 있는’ 프랑스 혁명을 연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자기 시대의 의미를 밝히고자 한 글이다.
프랑스 혁명은 앙시앵 레짐(Ancien Ré́gime)의 모순으로 인해 발생한 혁명으로 이해하고 있고 맞는 말이다. 당시 프랑스 사회의 계급적 불평등, 과한 조세 등 많은 사회 경제적 문제들이 구체제의 모순적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지만 당시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프랑스는 유럽 사회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일례로, 프랑스는 당시 유럽의 다른 나라들보다 자신의 토지를 소유한 자영농의 비율이 높았고, 사실상 중앙집권화된 국가 체제에서 지방 영주의 봉건적 영향력은 미미한 편이었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1805-1859)은 19세기 프랑스의 정치학자이며 역사가인 동시에 정치가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의 민주주의』(1835-1840)와 『앙시앵레짐과 프랑스혁명』으로 대표되는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고 평가된다. 그는 그의 저서들에서 근대 민주주의사회로의 이행을 필연적 현상으로 보았으며, 더 나아가 이러한 사회의 부정적 영향인 개인주의나 정치적 무관심에도 관심을 가졌다. 그는 1833년 영국으로 건너가 자유주의자와 교유하였으며 존 스튜어트 밀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1849년 프랑스 외무장관을 지냈으며 1851년 나폴레옹의 쿠데타에 반대하여 체포된 후, 정계에서 은퇴하고 역사연구에 전념하였다.
<중 략>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책을 통해 그를 다음과 같이 분석해볼 수 있다. 우선 그는 본론에서 밝힌 것과 같이 프랑스 대혁명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필요치 않는 일을 너무 과한 수단을 통해 시행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어도 사회는 변화하였을 것이며 혹은 프랑스 혁명이 이루고자 했던 앙시앵레짐의 붕괴는 어차피 필연적으로 무너졌을 것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앙시앵 레짐과 프랑스 혁명
자유 , 평등 , 프랑스 혁명 , 앙시앙레짐 , 알렉시스 드 토크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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