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16년에는 한 인간의 죽음을 개인이 아닌 사회적 죽음으로 치환하고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죽음이란 무엇인지, 남겨진 가족들의 존엄은 무엇인지를 묻는 김경욱의 《천국의 문》이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그동안 이미지를 구현하는 서사방식과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사유를 기반으로 냉소적이고 희망을...
이 작품은 책의 첫 도입부가 참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고비 소식에 묵묵히 화장을 고치는 여자의 첫 등장은 글 속에서도 무언가 담담하고 묵직한 이미지를 주었다. 이미 예견한 일이었기에 그런 반응을 보였으리라.
꼭 그런 날이 있다. 기분 좋지 않은 일이 연달아 겹치는 날이. 여자 또한 아버지의 고비날, 한 시간의 기다림, 택시기사의 불친절함이 몰아치듯 벌어지는 듯 했다. 하긴 그것 자체가 꼭 안 좋은 일이라기보다는 기분상태에 따라 달라지기도 할 상황이다.
죽음이라는 것은 어쩌면, 생존을 위해서 발버둥 치는 몸짓에서 떨어져나온 조각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사람과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의 삶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 것이었다. 인생이라는 것을 두고 볼 때, 누구의 삶이라도 ‘짧아야 했다. 아니다, 더 길어야 했다’라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삶이라는 굴레는 우리에게 그 답을 내리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작품 속에서 죽음은 가파른 낭떠러지 위에 올라선 많은 사람의 선택지로 나타났다. 누군가는 죽어야만 했고, 누군가는 그 죽음을 기다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답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낭떠러지에서 누군가를 미는 순간, 누군가는 살게 되는 것이고 그러지 않는 순간 가파른 낭떠러지 위에서 모두가 공포를 경험해야 했다. 작품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겼다. 떠넘겼다고 하면 너무 가혹하다고 여기겠지만, 우리 사회는 진정으로 개인에게 그 선택을 떠넘기고 있다.
1. 만일 내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면 이런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느끼겠는가?
<천국의 문>의 주인공인 여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대학교 교양 시간에 강사 앞에서 낭송했던 시의 마지막 행을 내뱉었다. ‘아빠, 아빠, 이 개자식’의 말은 여자의 울분을 대변해주는 말이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허무하게 죽은 아빠가 원망스럽고, 한편으로는 그동안 맺혔던 설움이 한꺼번에 표출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만약 주인공이었다면 자신이 힘들게 살아온 인생이야기, 가족 때문에 억울하고 힘들었던 시절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떠나버린 아버지를 많이 원망스러워했을 것이다. 아빠는 비록 딸에게 과도를 겨누며 위협을 가할 만큼 아버지의 도리를 저버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족이기에 더욱 마지막 행을 입 밖으로 꺼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들어가며
아버지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 같다는 기별을 들었을 때 여자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화장을 고치는 것이었다. (중략) 옷도 여러 벌 입어보았다. 고심 끝의 선택은 중요한 자리에 입고 가려고 사둔 까만 벨벳 원피스였다.
“이건 뭐지?” 제 40회 이상 문학상 대상수상작 김경욱의 단편소설『천국의 문』의 첫 문장을 읽고 난 후, 자연스레 튀어나온 말이다. 아무리 수백, 수천명 작가들의 응모작들을 심사위원들이 볼 때 소설의 서두 한 두 문장으로 합·탈락을 결정한다고는 하지만, 부모의 작고소식을 듣고 태연히 화장을 고치는 딸이란 설정은 지극히 비상식적이며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니 말이다. 그녀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소설은 계속 나에게 질문하게 만들었다.
전체적인 분량은 단편소설이니만큼 길지 않은 양이니, 가볍게 쭉 일독했다. 일독 후 느낌은 소설의 공간적인 배경 자체가 요양병원에서 세상을 떠나게 되는 아버지의 죽음을 근근이 병원비를 대며 간병하는 딸의 시선으로 서술되는 작품으로 삶의 막바지를 맞은 아버지의 죽음과 그 외적인 문제 등으로 무거운 주제들이 전개되다보니 자연히 소설의 분위기는 무겁고 난해하다.
천국의 문 독후감_김경욱 작가
![[A+ 서평] 제40회(2016년) 이상문학상 대상 김경욱의『천국의 문』을 읽고](https://image4.happycampus.com/Production/thumb212/2016/04/09/data15443801-00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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