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병자호란이라는 전쟁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자 펴낸 『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 청나라의 역사를 연구하는 저자는 병자호란이 청 태종 홍타이지가 일으킨 전쟁이었다는 사실을 중시하며 이런 질문들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아간다. 홍타이지는 언제, 무엇 때문에 조선 침략을 결심했는가? 그는 조선 침략에 얼마나 많은 병력을 동원했으며, 어떤 작전을 구사했는가? 청군은 어떻게 해서 난공불락이라던 강화도를 점령할 수 있었는가? 혹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것은 아닌가? 홍타이지는 왜 전쟁을 서둘러 끝내고 귀국했는가? 질문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저자는 사료의 기록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사실을 밝히고 당시의 역사적 조건과 맥락 속에서 상황을 상세하게 재구성했다. 이를 통해 홍타이지의, 홍타이지에 의한, 홍타이지를 위한 전쟁이었던 병자호란의 새로운 역사상을 제시한다.
흔히들 정묘호란, 병자호란을 조선이 시대흐름을 잘못 읽고 망해가는 명을 편들어 당시 대세로 떠오른 청을 배척하여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우리는 두 호란을 두고 당시 조선의 위정자 들의 무책임, 무능함에 대해 비난하기 바쁘다. 하지만 서울대 동양사학과 구범진 교수는 “병자호 란, 홍타이지의 전쟁”에서 병자호란은 조선과 청의 전쟁이므로 조선에 입장에서만 조명할 것이 아 닌 청의 입장에서도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청의 홍타이지가 어째서 병 자호란을 일으켰고 어느 규모로 거병하였고 어떻게 전쟁에 나섰는가라는 질문에 입각하여 정묘호 란을 분석한다. 먼저 제1장 ‘친정’에서는 홍타이지가 어째서 전쟁을 일으키려 했는지 분석한다.
조선 시대의 큰 전쟁 하면 떠오르는 전쟁에는 “양란(兩亂)”이라고도 불리는 임진왜란, 병자호란이 있다. 임진왜란이야 병자호란에 비해 긴 기간의 전쟁이라 전투 내용도 많고, 한쪽이 일방적으로 참패한 전쟁도 아니며, 양측의 여러 뛰어난 장수들, 명나라의 개입 등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많아 상대적으로 대중의 관심도 높다. 반면, 병자호란은 조선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짧은 전쟁 기간 동안 조선이 일방적으로 참패한 굴욕적 전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기존에는 병자호란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반면교사로 삼고, 교훈을 얻기 위한 분석이 많이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병자호란은 “조선의 위정자들이 무책임하고 무능력하여 참패한 전쟁”, “악랄한 청나라가 조선에 큰 피해를 입힌 전쟁” 등으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기존에는 당시 위정자들을 평가하고 단죄하여 역사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 거시적 서사를 구성하는 노력은 많이 이루어졌지만, 병자호란이라는 전쟁 자체에 관한 세밀한 연구, 즉 미시적 서사를 구성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따라서 저자는 기존의 일반적인 관점과는 다르게 병자호란을 분석하고 글을 썼는데, 이 때문에 책에 아래의 3가지 특징이 여러 번 나타난다. 첫째, 저자는 병자호란의 역사적 의의나 교훈을 얻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신빙성 있는 사료를 바탕으로 병자호란이라는 전쟁 자체의 진상을 세밀하게 규명하였다. 둘째, 지금까지는 주로 조선의 입장에서만 병자호란을 분석하였지만, 저자는 전쟁의 다른 당사국인 “청나라”의 입장에서, 특히 청의 황제 홍타이지의 입장에서도 병자호란을 깊이 분석하려 노력하였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있듯이, 저자는 조선과 청나라 양쪽의 상황을 모두 충분히 분석하려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셋째, 저자는 사료의 신빙성을 철저하게 따져 가며 기존에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바로잡으려 노력하였다. 기존에는 신빙성이 떨어지는 사료에서 나온 잘못된 내용이나 아무런 근거도 없는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퍼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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