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금, 여기, 한국'에서 금지 또는 금기시되는 여러 가지 것들로부터 출발해 그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치의 맥락을 짚어보려는 의도로 기획된 <금지의 작은 역사>. 한국에서 금지 또는 금기시되는 여러 가지 것들의 역사와 그를 둘러싼 규범과 문화정치를 살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금지한 자들, 금지한 집단들은 어떤 이익을 얻으려고 금지를 기획했을까?
그것들은 '현재'에도 살아 있는 것이어서 문제적이고, 이를 통해 우리는 한국의 자유와 다양성의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곧 우리가 누리는 '자유 민주주의'의 양과 질에 대한 점검이며 동시에 '평등'의 수준에 대한 평가도 된다. 억압이란 모두에게 똑같이 가해지는 것이 아니고, 금기는 항상 특정한 젠더나 계급을 배제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근.현대문학사, 법사회사, 문화연구 등 서로 다른 전공의 연구자들로 구성된 다섯 명의 저자들은 '세상이 나에게 주입한 20가지 불온한 것들의 목록'을 추렸고, 그 금지된 것들의 합법화 필요성을 주장하는 차원을 넘어 정상.비정상과 건전.불온을 가르는 잣대들이 우리의 일상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으며, 어떠한 연원을 갖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 책은 인문학협동조합이 기획하여 신문에 연재한 <금지를 금지하라> 시리즈의 글을 고치고 묶은 것이다. 이 책에 묶은 글들은 한국에서 금지 또는 금기시되는 여러 가지 사상, 풍속, 사생활 영역의 역사와 그를 둘러싼 규범과 문화 정치를 살피고 있다. 인문학의 본질은 삶의 구체적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만나고 실천하는데 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의 인문학은 지나친 담론에 빠져있거나 혹은 자본의 확대만을 꾀하는 체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 책의 기획 의도는 그런 부자유한 인문학적 고찰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속에 녹아 있는 차별과 억압, 금지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한 양과 질을 평가해보고 이를 변화 시키고자 하는 생각의 틀을 마련하는데 있다. 금지는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짝패를 이루는 권장, 장려와 함께 작동한다. 권장과 장려라는 이름의 강요는 권력의 특징이자 본질이다. 전 근대적인 권장과 장려는 현대 사회에 와서는 각종 미디어의 발달과 주도면밀한 계획에 의해 각종 연예사업과 ......<중 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