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젖은 마음, 빙굴빙굴 빨래방에서 뽀송뽀송하게 말리고 가세요.
밀리로드 연재 첫 주 만에 베스트셀러 1위! 독자 요청 쇄도로 전격 종이책 출간
“특별할 것 없는 익숙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토록 정겨운 안부와 인사는 마치 행복의 주문을 외우는 일상의 판타지 같다. 이 작은 빨래방에서 이뤄지는 서로를 향한 위로와 응원은 소소하지만 아름답고 눈부시며 케케묵은 빨래가 상쾌하게 마르는 것처럼 읽는 내내 내 마음의 묵은 때를 씻어주고 주름도 함께 말려준다. 녹진한 삶의 끝에 건네는 다정한 위로 같은 소설. 내 살갗에 온기가 필요해질 때마다 이 책을 몇 번이고 꺼내 읽게 되리라.”
- 천선란(소설가)
연남동 골목길에 자리 잡은 빙굴빙굴 빨래방. 그곳엔 신기한 다이어리가 있다. 누군가 빨래를 기다리는 동안 끄적인 고민을 다른 누군가가 진지하게 읽고 답글을 남겨 놓는다. 그렇게, 빨래방에 오는 사람들은 고민의 주인공인 동시에 고민 해결사가 된다. 투박한 손 글씨로 나눈 아날로그적 소통만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
어느새 연남동 사랑방으로 자리 잡은 빨래방은 사람이 모이고 위로가 모이며 저마다의 이야기가 모여 함께 살아가는 정을 나눈다. 막 건조를 마친 이불처럼, 따뜻한 온기와 포근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은 당신만의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이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의 책 디자인 표지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소설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과 이야기가 소개된다. 각자의 사연이 따로 있지만 모두 연결 되어 있다.
장 영감은 사별 후 주택에서 혼자 살기에는 다소 큰집에 진돌이 라는 개와 함께 살고 있었다. 진돌이가 이불에 쉬를 하면서 장 영감이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에 방문하게 된다. 그곳에서 녹색 다이어리를 보고 그 안에 적혀있는 사연을 읽게 되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 다이어리에는 삶이 힘들어 살고 싶지 않다는 미라의 글을 읽고 음료와 함께 답글을 달게 된다. 미라는 딸을 키우며 남편과 살면서 전세금을 갑자기 5천이나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말에 큰 상처와 우울감에 빠진 상태였다.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이란 책에서 소설에 관해 이동진 작가는 밝힌다. 소설과 같은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은 한 번 밖에 못 살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한 번 밖에 못사니까, 다른 사람의 삶을 직접 살아볼 수 없으니까, 다른 이의 생각과 인생을 소설을 통해 간접체험 할 수 있고 외부에 있을 때라야 내부의 것을 간파할 수 있는 객관적인 관찰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이다. 한계는,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분명 이야기일 뿐이고 책을 통해 아는 앎이 전부를 반영할 수 없다는 것 말이다. 그래, 그렇겠다. 한 번 밖에 못사는데 잠시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책상 위에 먼지가 쌓이도록 가만히 놓여 있던 몇 달 전에 받아 놓았다 빨래방 소설이 생각났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돈을 주고 빨래방을 찾는 경우는 안 가고는 버틸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함께 사는 개, 진돌이가 장 영감의 이불 위에 오줌을 쌌고 세제와 함께 세탁기를 돌렸지만 냄새가 지워지지 않자 그는 빙굴빙굴 빨래방을 찾아 갈 수 밖에 없었다. 세탁기 고장으로 딸 나희의 오줌 지린 이불을 들고 늦은 시각 빨래방을 찾게 되는 엄마 미라도 비슷한 상황이다. 나의 버릇 없는 고양이 아들 한 놈이 그랬던 적이 있으니 편의점 못지 않게 빨래방도 살아가는데 한번은 가봐야 할 꼭 필요한 장소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사람들에게 연남동의 이미지는 ‘젊은이들의 동네’라는 느낌이 강하다. 몇 년 사이에 개점한 신선한 감성의 가게들과 ‘연트럴파크’라 부르는 거리가 지금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그 동네에 한 셀프빨래방이 있다. 그 빨래방만의 시그니쳐 향이라는 섬유 유연제와 편안한 분위기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때문인지 한 번 찾아온 손님들을 계속 다시 오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그 빨래방에는 누가, 어떤 이유로 두었는지 모르는 연두색 다이어리가 있다. 손님들은 빨래가 다 되기를 기다리며 그 다이어리에 적힌 누군가의 글을 읽고, 자신의 글을 남긴다.
그렇게 서로의 글이 얽히며 신기한 인연을 만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