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낯선 사람과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것은 언제일까? 길을 걷다가, 공원에서 강아지를 산책시키다가, 배달 온 물건을 수령하거나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며 마주친 사람들과의 만남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런던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큐레이터인 앤디 필드는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하고 흩어져 버리는 일상의 마주침에 주목한다. 이 책을 추천한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말했다. “앤디 필드는 우리가 소홀하게 여겼던 일상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다시 일깨운다. 우리를 모든 것을 경이로워하는 어린아이의 상태로 되돌려놓는다. 매우 매력적이며 사랑스러운 책이다.”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나의 삶과 밀접하게 엮여 있는 타인과의 만남, 일상에서 받은 보살핌, 어렵사리 이뤄낸 연대의 순간을 응시하는 일은 좀 더 복잡하고 역동적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과 다르지 않다. 나아가 축배를 드는 태도로 우리의 일상적 만남을 기념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앤디 필드가 세상을 보는 시선은 독특하다. 그는 예술가 애런 캐프로가 일상 속에서 느꼈던 ‘황홀감’에 대해 그도 오랜 시간 추구하고 있다고 한다. 즉, 매일 마주치는 것에 대한 경탄이나 주변 세상에 접근할 때, 특별한 것을 위해 아껴둔 집중력을 활용하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는 예술가로서 일상에서 만나는 만남에 특히 주목했다. 사실 저자가 아니더라도 인생은 만남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어떤 시선으로 그 만남을 바라보는가의 차이일 것이다.
현대인은 점차 고립되고 있다. 과거의 잡다한 만남은 스마트폰의 문자가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전철을 타면 모두가 스마트폰에 고개를 처박고 있다. 옆 자리에 누가 앉았는지는 관심도 없다. 우리는 모두가 타인이다. 타인이므로 만남 자체가 무의미하다.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걷고 있다. 독서실은 물론이고 식당에까지 개인 좌석이 설치되어 타인과의 접촉을 차단하고 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은 낯설어서 이제는 오히려 만남 그 자체를 생각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저자는 이 점에 주목하여 자신이 마주하는 일상들 속의 만남에 대해 자신만의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그리고 일상속의 다양한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미용실, 자동차, 식사 등 만남은 어디에서나 이루어진다.
“우리의 인생은 이러한 만남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별한 의식과 평범한 일상 사이의 회색 공간을 차지하는 작은 상호작용들, 우리는 성장하면서 이런 방식의 만남에 익숙해지고, 심지어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ⅺ)
그런 당연함이 만남의 소중함을 잊게 하고 있다고 저자는 안타까워한다. 저자는 만남이 이루어지 다양한 현장을 포착하고 이를 아홉 편의 글로 빚어 이 책에 담아냈다. 따라서 이 책은 만남 자체에 대한 깊은 성찰을 느끼게도 하지만 만남의 장소가 주는 의미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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