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향수의 기억』은 ‘장인’과 ‘냄새’라는 역사에서 주목 받지 못한 두 가지 주제를 통해 절대왕정과 프랑스 혁명을 새로운 각도에서 재조명한 책이다. 이점에서 기존의 역사책에서 느끼지 못한 색다른 인상을 줄 수 있다. 역사의 사각 지대에 있던 ‘냄새’라는 주제를 조향사 장 루이 파르종을 통해 드러낸 것이다. 책 속에서 마주치게 될 몽펠리에의 냄새, 파리의 냄새, 베르사유의 냄새, 혁명의 냄새 등 여러 시간과 공간 속에서 풍기는 서로 다른 냄새를 비교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향수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장 루이 파르종이 만들었던 다양한 향수와 화장품뿐만 아니라, ‘향기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그가 사용한 다양한 ‘향료’의 특징도 함께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18세기에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조향사들과 그 밖의 다양한 분야의 장인 및 상인들의 활동상에 얽힌 자세한 이야기를 알고 싶은 독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향수의 기억』은 프랑스 대혁명 시기의 왕실 조향사 ‘장 루이 파르종’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프랑스 혁명은 우리에게 익숙한 빅토르 위고의 저서 『레미제라블』의 배경이기도 하다. 『레미제라블』은 당시 프랑스 민중의 비참한 현실과 평등한 사회로의 개혁을 요구하는 민중의 목소리를 담은 소설이다. 그래서인지 프랑스 혁명은 ‘자유, 평등, 박애’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오는 시민들의 모습과 부패한 권력에 대항하여 승리한 민중의 역사가 떠오른다. 『향수의 기억』은 새로운 사회를 갈망하지만, 왕실과 귀족이 그의 주요 고객이었던 시민 파르종의 시각에서 프랑스 혁명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생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혁명 이후 과격파 공화주의자들의 무자비한 학살이 이루어지던 프랑스 혁명의 또 다른 이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향수산업이 전문화되는 과정과 왕실 조향사로의 성장
향수 산업의 주요 고객은 프랑스 왕실과 귀족이었다. 따라서 파르종의 삶을 살펴보면 당시 시민이 겪은 불평등과 프랑스 귀족과 왕실의 사치스러운 삶을 함께 볼 수 있다. 당시 프랑스 향수 산업은 각 지역의 길드 내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 길드는 장인과 상인의 집단으로 국왕의 승인을 받은 길드 규약을 통해 상인과 조향사 장인을 길러내고 생산품을 관리·통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