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픈 사람 편에서 타오르는 단단한 시정신을 맛보다!
1998년 문예지 신인문학상에 시 등 10편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한 시인 이영광의 『아픈 천국』. 묵직한 사색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벼리며 강건한 목소리로 단단한 시적 사유를 펼쳐온 저자의 세 번째 시집이다. 우리는 흔히 삶과 죽음은 반대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삶과 죽음이 병존하면서 서로를 감싸안음을 생생하게 그려보인다. 세상에 존재하는 아픔과 죽음과 불러내 그것과 한몸을 이루면서 뜨겁고 아름다운 시를 피워내고 있다. 삶과 죽음의 되풀이와 뒤엉킴에 대한 시적 깨달음을 힘있고 유려한 은율로 풀어낸다.
평범한 택시 기사가 외신 기자와 함께 계엄령이 내려진 광주에 진입하고(<택시운전사>), 교실의 실세인 급장의 잘못을 그의 수하 자리에 있던 학생이 폭로하는(<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바로 반(反)영웅 일반인과 다를 바 없거나 도덕적으로 나빠 전통적인 영웅답지 않은 소설 속 주인공 (네이버 지식백과)
적 행보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들은 ‘영웅’이라 불리면서도 딱히 도덕적이지 않다. 오히려 법을 어기고, 거짓말을 하고, 정해진 틀을 깨서 혼란을 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영웅들을 선한 인물이라 평가할 수 있느냐는 비판적인 의견들이 있다. 이영광은 이에 긍정을 표한다.
그의 기준에서 선이란 곧 반영웅적인 행동을 통해 저항하며, 잘못된 세상을 비판하고, 바꾸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의 반영웅에 대한 동경은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죽음의 감정과 맞닥뜨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영광은 자신과 세상의 변화로 인해 더 이상 자신의 선함을 실천할 수 없게 되면서 남은 생에 대해 고뇌하기 시작한다.
이영광은 피땀 흘리며 살아가는 사람이라기보단, 피와 땀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 낡은 손수건을 바라보는 사람 같다. 남들이 미칠 광(狂)이라 불러도 자신만은 빛날 광(光)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던 젊은 시절의 패기와 자신감, 그 자체로 당당했던 인생의 한때가 끝나버렸다. ‘이제 그 나머지를 어떻게 채워야 하는가’라는 막막함이 이영광을 과거의 방에 가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