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SF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단편집!
한국 SF 대표 작가 10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단편집『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에서 펴내는 월간 웹진「크로스로드」에 발표된 소설 10편을 모아 엮은 것으로, 2007년의 과 2008년의 에 이은 세 번째 앤솔로지다. 한국 SF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소개된 작품들은 SF의 장르 문법 속에 한국소설의 특징을 녹여내고 있다. SF의 장르 문법을 빌려, 우리의 현실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작가들은 SF적 상상력을 펼치면서도, 지금 이곳의 현실을 주목하고 그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가 겪는 일상적인 문제들을 파헤친다.
스페이스 오페라에서부터 이문명 간의 조우, 우주인과의 만남, 인간복제 등 SF의 고전적인 장르 문법을 바탕으로 하는가 하면, 입시교육이나 중국 노동자 문제를 끌어들여 한국 창작 SF만의 고유한 세계를 펼치기도 한다. 애틋한 부정과 한국적인 사랑의 가치를 진지하게 말하기도 하고, 문명에 대한 반성적 사유나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기도 한다.
3. 식민주의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는 인류 역사에 있었던 식민화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지구인에 의한 외계행성의 식민지화. 우선 프랭크 마이와 제레미 솔락은 우주선을 타고 온 지구인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이 행성의 일부 지역을 관광 상품화하려는 임무를 띠고 있다. 외계행성의 언어인 마놀라어를 배우고 원주민들에게 처음에 유화정책을 써서 접근하는 것 까지 실제 지구에서 근대와 20세기에 집중적으로 행해진 서구의 비서구에 대한 식민화와 유사하다.
이 소설에서 피식민지에 대한 해석이 새롭다. 실제 지구의 역사에서 서구의 식민화 논리는 서구중심주의에 근거했다. 즉 이성과 합리 중심의 서구는 우월하고 그렇지 못한 비서구는 열등하고 야만적이라는 이분법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피식민지를 새롭게 해석하며 그러한 서구중심주의를 해체한다. 마이와 솔락을 맞이한 행성의 촌장은 그들의 계획을 듣고 이렇게 반문한다. “그들은 정말 모르는 걸까? 숫자들이 얼마나 죽어 있는지, 이익에 숫자들이 관여하면 생명이 얼마나 파괴되는지?”(188) 마놀라 부족은 조상들이 “우주선을 만들 지식은 물려주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미신과 무지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방치”하지도 않았다.(189) 문자도 있고 우주와 물리학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