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남자들 몸에 문신을 새기는 젊은 여자의 이야기 [바늘], 마장동에서 소머리를 분해하는 일을 하는 남자가 등장하는 [숨], 곰장어를 구워 파는 부부의 이야기 [당신의 바다]를 비롯해 갑갑한 현실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불안감을 떨치고 미약한 탈출을 시도하는 주인공을 담은 9편의 글을 수록했다.
연약한 인간의 살결에 협각류의 갑옷을 입히는 일, 그것은 바로 주인공인 여자가 하는 일인 ‘문신’이다. 작고 뾰족한 바늘의 끝에서 피어나는 문신 속에서 그 여자는 숨을 쉬며 살아간다. 여자가 하는 일에서 볼 수 있는 폭력성, 그러나 나는 그 폭력성 속에 숨어있는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인공은 툭 튀어나온 광대뼈와 꼽추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둥그렇게 붙은 목과 등의 살덩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목소리와 뭉뚱한 발가락에 말까지 더듬는 여자이다. 그녀 또한 자기 스스로를 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과연 몸이 추하다고 하여 마음과 정신까지 그러한 사람일까? 이 소설을 중간에 읽다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분명 그렇게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여자는 자신에 대한 추함을 인정하고 냉소적인 모습과 파괴적인 육식습성을 가지고 있다.
바늘, 처음 이 제목을 들었을 때는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후 에는 왜 굳이 제목과 주제가 ‘바늘’ 이였는지 알 것 같았다. 일단 바늘이라는 책은 외모가 유독 중요시되는 우리 사회에서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게 생긴 외모를 가진 여인이 문신사로 일하면서 깨달은 것, 그리고 사람들에게 문신을 해주는 바늘에서 어머니가 해주신 말을 떠올리며 느끼게 된 것을 대칭적이고 묘사적인 표현 방법을 통해 써진 글이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며 두 가지를 느꼈다. 첫 번째는 너무나도 외모지상주의 적인 우리의 사회이다. 태생적으로 타고난 신체적 결함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은 흔히들 ‘예쁘지 않다’ 의 조건은 다 충족 시키고 있다. 그래서 문신을 받으러 오는 남자들에게도 철저히 무시당하고 사회에서 소외당한다.
제목 ‘바늘’은 주인공의 생계를 책임져 주는 동시에 주인공의 엄마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건이고, 806호 남자의 가슴에 새겨 준 것이기도 하다. 바늘은 문신을 하는 남자들에게는 자신이 ‘강해졌다’고 여기게 해 준다.(이것은 그들의 착각이다. 그들은 ‘강해 보이는’ 그림을 가졌을 뿐 진짜로 ‘강해진 것’은 아니다.)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충치와도 같았던 여자에게는 ‘추함’의 결정체인 자신이 추해지지 않게 해주는 수단이다. 곱추와 같은 모양새에 간질 발작이 있던, 말을 더듬는 여자. 그러나 여자가 바늘로 밑그림을 그리고 착색을 위한 첫 땀, ‘첫 이슬’을 볼 때 그녀는 그 순간만큼은 ‘추함’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바늘 아래 있는 사람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힘’을 가진 존재로 재탄생한다. 그녀는 핏물이 살짝 밴 육류를 즐기고 문신을 하며 살아간다. ‘강함’을 상징하는 것들을 먹고, 그리면서 그녀는 자신의 욕망마저 대리할 수 있는 것이다.
1. 들어가며
한 일간지에서 천운영의 소설집이 출간되었다는 기사를 접하고는 눈이 번쩍 뜨였다. 신예 여성작가, 엄청난 육식성의 이미지들, 살육의 상상력, 도발, 피의 미학, 관능적 탐미. 페미니즘 문학비평의 대상으로 어느 작품을 선정해야 하느냐를 두고 고심하던 내게 한 조각의 햇살을 던져준 어구들이었다. 당장 서점에 달려가서 책을 사고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러나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작업은 제쳐진 채 시간은 무작정 흘러갔다.
다시 원점이다. 고민은 진행되지 않았으며 정리된 바 역시 없다. 그러나 처음 소설을 읽었을 때의 섬뜩한 느낌만은 기억 속에 강렬히 남아 있다. 텍스트의 선정을 두고도 한참 망설였으나 애초의 막연하고도 어수선한 느낌을 그대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천운영의 도발적 상상력이 주는 매력은 마치 은희경의 사랑에 대한 냉소주의가 주었던 낯섦의 매력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독특한 글쓰기 방식을 이른바 여성적 글쓰기의 대열에 포함시킬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천운영의 작품세계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2. 천운영의 소설 전반에 대한 페미니즘 비평
* 천운영
1971년 서울 출생.
한양대 신문 방송학과, 서울예대 문예 창작과 졸업.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바늘>이 당선되어 등단.
2001년 소설집 《바늘》출간.
- ‘바늘’, ‘숨’, ‘월경’, ‘눈보라콘’, ‘당신의 바다’, ‘등뼈’, ‘행복고물상’, ‘유령의 집’, ‘포옹’ 등 9편 수록
천운영의 소설들은 90년대 이후 한국 소설의 주류로 자리잡은 30대 여성작가들의 소설과 뚜렷이 구분된다. 작가 자신의 연령과 비슷한 30대의 전문직 여성이나 전업주부를 등장시켜 그들의 성적 갈등과 정체성의 혼란을 그리곤 하는 소설들이 하나의 정형으로 굳어진 지 오래이지 않은가. 여성의 억압적 삶과 그 섬세한 내면을 드러냄으로써 여성성의 온전한 복원을 희원하는 글쓰기의 대표격인 공선옥과 공지영만 보아도 그러하다.
![[A+] 천운영 - 바늘 독후감](https://image4.happycampus.com/Production/thumb212/2019/05/29/data22956014-0001.jpg)
[A+] 천운영 - 바늘 독후감
![[문학감상] 천운영의 소설집 ‘바늘’에 대하여(페미니즘 비평의 실제) - 천운영의 소설 전반에 대한 페미니즘 비평, 천운영의 작품들(숨, 월결, 포옹, 바늘)](https://image4.happycampus.com/Production/thumb212/2016/05/17/data15633161-0001.jpg)
[문학감상] 천운영의 소설집 ‘바늘’에 대하여(페미니즘 비평의 실제) - 천운영의 소설 전반에 대한 페미니즘 비평, 천운영의 작품들(숨, 월결, 포옹, 바늘)
한컴오피스
어도비 PDF
MS 워드
MS 엑셀
MS 파워포인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