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데올로기의 격랑 속에서 펼쳐지는 두 친구의 성장기장정일이 10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구월의 이틀』. 1999년 <중국에서 온 편지> 이후 희곡과 에세이 등의 장르를 넘나들던 장정일의 글쓰기가 다시 소설로 돌아왔다. 전통적 가치와 도덕이 흔들리고 사회적 이데올로기가 분열하는 현실 속에서,...
1. 들어가며
앞서 보게 될 <구월의 이틀>은 우익청년의 성장기 소설이자 동성애적 요소를 포함한 장정일의 장편소설이다. 장정일 소설은 자기파괴를 통한 전달 방식의 혁신성에 있다고들 한다. 겉으로는 온전해 보이는 우리 사회의 위악성을 폭로하면서 독자들에게 의도적인 불편함을 조성하고 아무도 가려하지 않았던 전면적인 자기 폭로의 길을 걸어 온 것이 장정일 문학의 특이함이요 특출함이다. 동성애에 관한 개인과 사회적 태도는 그 사회의 문화적 개방성 정도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최근 우리나라의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완화 되면서 유명 인사들이 커밍아웃을 하고, 동성애에 대한 결혼 법률 또한 다시 논의 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과거 동성애자들에 대한 억압과 폭력이, 언론과 문학으로 자주 언급되면서 취업, 결혼, 자녀에 대한 재조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구월의 이틀>의 작품 속에서 동성애에 관한 요소와 사회적 인식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2. 줄거리
2003년 2월, 광주에서 태어나 자란 금은 시민운동을 하던 아버지가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을 얼마 앞두고 청와대 보좌관으로 발탁되어 가족과 함께 서울로 상경한다. 한편 부산에서 태어나 자란 은의 가족은 아버지의 연이은 사업 실패를 한다. 수백억대 자산가인 큰아버지가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며 빈집을 지켜달라는 핑계로 어머니를 모셔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리고 건물 관리비로 500만원을 준다는 말에 은의 어머니는 아버지를 설득해 서울로 이사를 한다.
이사를 가는 길에 금과 은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부부가 노인들에게 폭언과 물을 맞고 급히 자리를 뜨는 장면을 목격한다. 잠시 후 금과 은은 고속도로에서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목격하는데 휴게소에서 봤던 젊은 부부가 죽고 아이만 간신히 살아남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입학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금은 영어학원에 다니면서 알게 된 반고경이라는 연상의 여인과 연애를 하게 된다. 또 은은 인사동 화랑거리를 오가다 첫 눈에 반한 소녀를 발견하고,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매일 화랑을 순례한다. 교양 수업 시간에 만나게 된 금과 은은 서로의 이름과 출신 지역에 대한 호기심에 끌려 친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