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막강한 힘을 지닌 '상인형 자본주의 체제'가 어떻게 오늘과 같은 지위를 누리게 되었는지를 중심으로 역사를 재구성한다. 지금의 위기가 어떤 뿌리에서 뻗어 나왔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옥스퍼드에서 근대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카스트'라는 고대의 틀을 소환해 역사의 동력을 이해하는 전혀 새로운...
왜 상인이 지배하는가
참여정부(2003~2008)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책의 제목과도 일맥상통하는 분석이다. 사실 오늘날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치 권력자들은 임기가 정해져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지라도 때가 되면 물러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반면 부에는 임기가 없다. 자손대대로 상속된다. 대통령으로 사는 것은 5년밖에 못하지만, 부자로 사는 것이 능력이 되는 한 지속된다.
이런 소박한 생각만으로 결국 최후의 승자는 정치권력이 아니라 경제 권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저자는 이런 소박한 내 생각을 넘어 역사를 상인, 전사, 현자의 삼각관계 속에서 갈등과 협력을 통해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이를 역사적 사건들과 결부해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역사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신선한 시도라는 생각이다.
이 책의 원제는 “MERCHANT, SOLDIER, SAGE”이다. 오늘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상인, 군인, 현인이라는 세 카스트의 역할과 가치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