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 시대의 영웅, 참회자 클라망스
『전락』은 자살하는 여자를 구하지 않고 방조한 이후 정상에서 지옥으로 ‘추락’을 경험한 변호사 클라망스의... 《이방인》에서 “인간이란 어느 정도 잘못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고 했던 카뮈는『전락』에서는 잘못을 저지르고 난 뒤 인간의 반응과 태도를 보여준다....
문학은 인문학의 한 종류로서 인간과 인간의 근원 문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대해서 탐구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필자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 ‘전락’을 통해 인간의 위선과 오만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전락’은 소설의 화자이면서 장 밥티스트 클라망스라는 가명을 쓰는 ‘나’의 말만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소설이다. 주인공인 ‘나’, 즉 클라망스는 40대의 남자이고 프랑스 파리에서 꽤 잘나가는 변호사다. 그는 주로 고아와 미망인의 소송을 담당했고, 이 사회적 약자들의 이익을 지키는 자신의 역할에 만족하며 자랑스러운 기분을 느끼며 살아온 인물이다.
[그날 밤, 나는 퐁루아얄을 건너 센 강 왼편에 있는 집으로 가려던 참이었지요. 자정이 지나 1시였는데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 다리 위에서, 나는 난간 위로 몸을 숙이고 강물을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한 형체 뒤를 지나갔습니다. 가까이 가 보니 검은 옷을 입은 호리호리한 젊은 여자였습니다. 거무스름한 머리카락과 외투 깃 사이로 비에 젖은 싱그러운 목덜미가 눈에 확 띄었지요. 이것이 내 감각을 자극했습니다만 약간 망설이다가 가던 길을 계속 갔습니다.
그리고 다리 끝에서 당시 살고 있던 생미셸 방향 강변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약 50미터쯤 갔을 때, 그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람이 강물로 뛰어드는 소리였지요. 꽤 먼 거리였지만 밤의 정적탓에 그 소리가 내 귀엔 엄청나게 크게 들렸습니다. 우뚝 걸음을 멈췄지요. 하지만 돌아보지는 않았습니다. 거의 곧바로 외마디 비명이 들렸고 몇 번 더 이어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