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어 시간에 ‘해설하기’라는 과제를 하고 있다. 내가 속한 팀은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이라는 미술 작품을 해설하기로 하였다. 비록 이 책에 이 작품은 등장하진 않았지만 마침 필독 도서이고 과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읽게 되었다.
책의 제목을 보면 그림을 ‘읽는다’는 표현이 쓰인다. 어째서 본다가 아니고 읽는다일까? 바로 미술 작품에는 자세히 보면 보이는 숨은 의미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림을 보는 것을 도상학적인 해석방법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금의 무게를 다는 여인’을 예로 들었는데, 그림 속 저울, 여인 뒤의 액자, 비치는 빛 등 그냥 보면 넘어갈 수 있는 많은 것들에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었다.
다섯 개의 필독서중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저자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진중권교수의 트위터 캡쳐들을 보며 말을 참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사람이 들려주는 예술이야기가 재밌을 것 같았다. 또한 공동 저자인 조이한 미술사가도 페미니스트 에세이의 저자로 이름이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침 중앙도서관에 이 책이 있어서 바로 빌릴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책을 읽으려는 고민의 여지도 없었다.
책을 펴자마자 지은이의 말 첫 문단에서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박물관에서 안내인이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 그려진 인물들이 누구인가 설명을 하는 내용이 나온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는 ‘어?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이네’ 라고만 생각을 했었다. 관객들은 그려진 인물들이 누구인지 안 것만으로도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는 얘기가 나오며 저자는 그림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예술 문화를 전공하는 학도이긴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미술을 좀처럼 즐기지는 못하며 살던 나였다. 내게 현대미술은 전공과는 별개로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적은데다 솔직히 말해 싫어하는 영역 중 하나로 치부되었지만, 근래 들어서는 현대미술에 대한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해짐에 따라서 점점 관심이 가고 흥미가 붙게 된 것이다.
절묘하게도 이 책을 집어든 건 우연이 아닌 운명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해 ‘그림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명제의 물음을 총 7장의 챕터를 통해 차근차근 풀어주고 있다.
특히나 이 책의 공동저자인 진중권 교수가 풀어주는 썰을 기대하고 본 것이 과연 흥미로웠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이 책을 읽고서 더욱 현대미술에 대한 좋은 느낌에 사로잡혔다는 영향을 받은 것은 참으로 다행인 셈이다. 진중권 교수 특유의 문체는 그가 토론이나 방송에서 말하는 가벼운 진중함으로 읽혔다.
천천히 그림 읽기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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