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성례를 시켜줘야 하지 않냐고 물으면 장인은 늘내 신부가 될 점순이의 키가 커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내가 여기에 와서 돈 한 푼 안 받고 일하기를 삼 년하고 꼬박이 일곱 달 동안을 했다. 그런데 미처 못 자랐다니 언제 자랄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애초에 계약이 잘못 된 것을 알았다. 그리고 점순이의 키를 재보려고 했지만 내외를 한다고 해야 해서 못 재고 지나갈 때마다 보지만 키는 안 큰다. 그리고 물동이를 대신 들어주고 치성을 드렸지만 아무래도 크지 않았다. 나는 논에 모를 심다가 이 벼가 장인에게만 이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배 아프다고 들어 눕고 장인은 와서 내 뺨을 쳤다.
내가 이 작품을 읽고 처음으로 의문을 가진 점은 제목이다. 이 작품의 제목은 <봄봄>이지만 왜 그런 제목이 붙었는지 처음에는 통 짐작을 하지 못했다. 직접적으로 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도 아니요, 그렇다고 해서 줄거리의 전개에 봄이라는 계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봄, 이라는 말이 한번 나온 게 아니라 두 번 연달아 붙어서 나온 제목이다. 아무래도 이 작품의 제목에는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인 ‘나’가 점순이와의 결혼을 꿈꾸면서 기대하는 희망이 봄이라는 계절로 상징된다면, 봄이라는 계절을 바라보면서 현실을 인내하고 있다는 내용을 ‘봄봄’이라는 제목으로 축약해서 표현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봄이라는 계절을 두 번 반복함으로써 주인공인 ‘나’가 어떤 따뜻한 계절이나 시기를 갈망하고 그리워하고 있다는 제목일 수도 있다. 이 부분에서는 딱히 정답이 없다고 느꼈다. 해석하는 이의 뜻에 따라, 제목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그 의미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목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닌가, 싶었다.
1. 들어가며
<봄봄>은 1935년 발표한 작가 김유정의 대표 단편이다. 이 작품에는 작가의 작품 세계와 당시 우리나라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유행되던 데릴사위 풍습,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용하던 구어체 표현 등 다양한 내용들이 작품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을 분석하면서 의문점이 하나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왜 제목이 봄봄인가? 이 작품에서는 이 제목과 연관이 될 만한 내용이나 구절은 발견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제목에서 의미하는 봄이란 우리가 알고 있는 계절이라는 봄과 일치해 보인다. 그런데 봄이라는 계절을 두 번 반복해서 만든 제목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떻게든 내용과 연관지어 분석해 보자면 이 작품의 내용이 어떤 봄이라는 계절과 연관이 되있다는 것. 그러니까 이 작품에서 ‘나’는 점순이와의 혼례를 위해 애를 쓰고 장인의 핍박을 참아 가며 데릴사위로 일을 하는 인물이다. 어떤 재물욕이나 물질적인 욕심이 아니요, 결혼을 위해 장인의 아래에서 무보수로 일을 한다.
작가 김유정은 좋은 작품을 많이 남긴 작가다. 그의 작품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우리나라의 향토적 분위기를 살린 작품이 많기 때문에 곧잘 교과서나 참고서에서도 다루고 있기도 하다. 이 <봄봄>이라는 단편도 작가 김유정의 그러한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하루라도 빨리 장가를 가고 싶은 ‘나’와 최대한 딸의 시집을 늦게 보내려는 장인의 우스꽝스러운 갈등이 드러난 작품이 바로 <봄봄>이다. 이렇듯 이 작품은 전근대 시대에 있었던 데릴사위라는 제도와 이런 제도 하에서 흔히 나타났던 갈등을 문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내용이다. 오늘날에는 이렇게 사위가 미리 처가에 가서 일을 하거나 하는 식의 데릴사위 제도가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왜 이런 갈등이 생기는지 그 배경 설정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장 나조차도 이런 제도나 전통이 있었는지도 몰랐고, 또 이러한 갈등의 배경이 이런 전통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알았기 때문이다.
난 참 화가 났다. 점순이가 배신을 하다니! 수염을 잡아채라고 먼저 바람을 넣은 것이 누군데! 성례를 시켜달라고 했으면 일관성이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이랬다 저랬다 하는 점순이가 참 미웠다. 아버지라고 편들고 말이다. 잘잘못을 따져보고, 생각해보면 누가 잘못했는지는 분명한데 말이다.
점순이와 결혼하기 위해서 머슴살이를 하는 주인공, 성례는 시켜주지 않고 주인공을 머슴으로 부리기만 하는 예비 장인, 아버지의 수염을 채서라도 결혼시켜달라고 조르라는 점순이. 참 재미있는 갈등 구조였다. 결국 주인공은 성례 시켜달라고 조르면서, 장인님을 밭에서 굴리고, 장인님은 주인공의 그 곳을 움켜잡고, 주인공도 장인님의 그 곳을 움켜 잡는다.
김유정 작가의 ‘봄봄’ 이라는 작품은 학창시절에 이미 배운 터라 나에게는 익숙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음악극이라는 형태로 공연된다고 했을 때 과연 오태석연출가가 어떻게 표현하고 풀어냈는지가 매우 궁금하고 기대되었다. 마지막 공연을 보기위해 일요일 국립극장을 찾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따스한 햇볕에 기분좋게 극장에 들어섰다. 원형무대를 절반으로 사용하여 무대곳곳에 향토적인 무대소품을 배치하였다. 1930년대 강원도 어느 산골 마을이라는 배경을 먼저 느낄 수 있었다.
음악극 ‘봄봄’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은 변변한 대가 없이 점순이와 결혼하기 위해 장인을 위해 머슴살이를 하지만 봉필은 점순의 법적인 혼례나이를 핑계로 혼례를 미루기만 한다. 혼례를 미루는 장인뿐 아니라 마을 이장님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둘의 결혼 불가 선언을 하게된다.
봄봄은 1935년 김유정이 발표한 단편 소설이다. 김유정의 작품들은 대부분 1930년대 일제 식민지의 극도로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식민지의 현실을 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통하여 드러내고 있지만 비참하거나 심각하지 않고 우스꽝스럽고 해학적이다.
작품의 서술자이자 주인공인 ‘나’는 봉필이라는 마름의 집에서 그의 딸인 점순이와 결혼하기 위해서 4년 가까이 돈 한푼 안 받고 일하면서 데릴사위로 약속된 머슴살이를 한다.
그러나 ‘장인님’은 ‘나’를 부려먹기만 하고, 점순이와의 결혼을 자기 딸의 키가 덜 컸다는 핑계로 자꾸 미룬다. 이에 속이 상한 ‘나’는 일만 시키고 결혼을 시켜주지 않는다고 따지기도 하고, 일을 게을리 하기도 한다. 그러면 장인은 꾀를 내어 달래기도 하고 위협하기도 한다.
김유정 소설 <봄봄>을 읽고
![[ 봄봄 독후감 ] 점순이와 결혼할 수 있는 3가지 방법](https://image4.happycampus.com/Production/thumb212/2016/12/08/data16954417-00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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