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걷기는 인문적인 문화가 되고 있다.
해 질 무렵, 동네 공원에 가보면 많은 이웃들이 육신의 평안을 위하여 부지런히 걷는 운동을 하고 있다. 무병장수를 향한 욕망이 가득한 시간들. ‘순례’도 길을 걷는 행위이다.
그러나 순례는 육신의 안녕만을 위한 걸음걸이가 아니다.
볼거리를 찾아 걸어 다니는 관광도 아니다. 순례는 진리를 향한 길이요, 주님을 모시고 함께 걷는 생명의 길이다. 순례란 나의 모든 것을 성령의 인도에 따라 함께하는 일종의 수행이다.
그래서 순례자는 주변의 물상(物像) 속에서 주님의 섭리를 읽어낼 줄 아는 맑은 눈이 있어야 한다.
「산티아고의 소울메이트」은 유장근, 이윤순 부부가 주님과 함께 길을 걸었던 순례의 기록물이다.
「산 위의 신부님」라는 책이 있다. 책의 저자이신 박기호 신부님은 본당 사목 대신 충북 단양에 생태 신앙공동체를 향하여 잿빛 도시를 멀리하고 새로운 가나안 땅으로 떠나간다. 자본의 세계를 떠나 생태의 세계로 박신부님은 뚜벅뚜벅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