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들은 아주 멀리에서 왔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모두 1905년 생이다!
러일 전쟁이 한창이던 1905년. 영국 기선 일포드 호는 신부와 무당, 양반과 황족, 내시 등 1033명을 태우고 멕시코로 향한다. 망국 직전의 나라에서 떠나는 그들이 기대한 것은 좋은 일자리와 더 나은 미래. 그러나 실은...
얼마 전 방송에서 과거 우리 조상들의 해외 이주 역사에 대한 내용을 보게 되었다. 조선 말기의 혼란하던 시기에 사람들은 살기 위해 만주나 러시아, 또는 미국이나 하와이로 아니면 멕시코 등지로 정든 고향을 떠나야만 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헤쳐 나가며 우리 민족 특유의 강인함과 끈기로 살아남았다. 특히 멕시코 이민자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는데 그 당시에 이렇게 먼 곳까지 이민을 가서 수난을 겪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 관심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소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김영하 작가의 ‘검은 꽃’이라는 소설을 찾아보게 되었다.
1905년 4월 4일 제물포항에서 배가 한 대 출발한다. 그 배에는 하와이의 농장보다 더 나은 대우를 해주겠다는 꼬임에 넘어가 ‘일포드호’라는 배를 타고 멕시코로 떠난 1033명의 조선인이 타고 있다.
김영하라는 작가의 책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폭넚은 문학적 식견과 독자가 이해하기 쉽고 읽기 쉬운 문체로써 다른 책도 읽고 싶은 생각이 들것입니다. 필자도 앞서 <보다>, <읽다>, <말하다>를 통해 일반독자로서 감탄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음을 알았습니다. 잠시 다른 책을 읽다가 블로그 이웃님의 리뷰를 보고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작가소개
김영하님은 1968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났습니다. 연세대 대학원과 대학원을 졸업했지만, 일찍 글쓰기를 시작하여 전공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됩니다. 1995년 계간 리뷰에 단편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 중 략 >
국정이 흔들리고 각종 정변이 난무하던 조선 말은 그야말로 목표도 없고 선장도 없는 난파선과 같은 시대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이 소설의 초반부터 끝날 때까지 필자가 강하게 느낀 것은 일포드 호에서의 대양의 파도에 흔들리는 일포드와 그 안에서 휘청이이는 배와 함께 양반과 남녀의 신분 구분없이 흔들리고 섞이는 과정이, 흡사 조선의 운명과 같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멕시코에서의 노동착취를 당하면서 겪는 그들도 역시 500여년 동안 봉건적으로 갇혔있던 좁다란 조선이라는 그들만의 세계에서, 원하지 않게 외세에 의해 개방이 되고 수난을 겪어야했던 그 시대 우리 선조들의 삶을 1033명의 작은 사회에서 표현이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거대한 파도가 배의 옆구리를 밀어졋힐 때마다 홀수선 아래의 화물칸에 수용된 조선인들은 예의와 범절, 삼강과 오륜을 잊고 서로 엉켜버렸다. 남자와 여자가, 양반과 천민이 한쪽 구석으로 밀려가 서로의 몸을 맞대고 민망한 장면을 연출하는 일이 계속되었다. 요강이 엎어지거나 깨지면서 그 안에 담겨 있던 토사물과 오물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욕설과 한탄, 비난과 주먹다짐이 일상사였고 고약한 냄새들은 가시지 않았다.(41p)
가장 최근 읽었던 김영하 작가의 책은 여행의이유 이다. 읽게된 계기는 평소 책읽기를 꽤 좋아 하는터라 베스트셀러를 스크롤 하곤 하는데, 눈에띄게 부동의 1위를 놓치지 않았던 화제작?이였기 때문이다. 가볍고 편하게 읽기에 좋았다. 그러나 그의 필력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자연스레 이 책과 조우하게 되었다.
독서를 하면서 마음은 늘 자기계발서를 봐야해. 마음의 양식을 쌓아야해. 라는 나만의 압박에 이런저런 책들을 읽지만 결국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역시 소설이다. 마음에 맞는 장편소설을 만나면 단숨에 읽어 버리는 것이 나의 특기라고 할 수 있겠다. 줄어가는 페이지 수에 대한 아쉬움과 불안감보다 이 책을 멈출 수 없었던 마음이 나를 압도하여 한두시간만에 완독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본듯한 아니 그보다 더 표현하자면, 단순히 나의 눈을 통해 영상을 스쳐지나간 잠시의 감정보다 벅차고 커다란 여운이 남았다.
기존 역사소설이라 하면 민족의 자유를 외치는 등 역사의 큰 뿌리가 되어오는 사건 중심의 소설이 떠오른다. 이런 전통적 역사학은 사실로서의 객관적인 역사를 강조하거나, 그 관련 이야기를 나열한다. 하지만 신역사주의는 사실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이 개입된다. 역사를 기술하는 것은 해석이지, 사실을 나열하는 게 아니며 분석하는 과정에서 주관성이 개입 된다는 입장이다. 역사를 텍스트로써 바라보는 것이다. 그럼 당연히 문학 텍스트는 신역사주의 입장에서 역사 가공물이 되고, 사건 간의 내적인 인과관계를 형성하며 복합적인 관계를 만들어낸다. 2000년대 역사소설은 이전의 역사소설과 달리 ‘Faction’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Faction은 fact(사실)와 fiction(허구적 상상력)이 결합한 단어이다. 기존 역사소설보다 허구성이 강하게 드러난 소설이라는 뜻으로, 지금 보고자 하는 「검은 꽃」은 Faction 요소가 크게 드러난다.
「검은 꽃」의 등장인물은 일단 실존 인물들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전개되는 사건들도 허구적으로 지어낸 것이다. 하지만 완전한 허구가 아닌, 드러나지 않은 한국의 멕시코 이민사를 재조명시키기 위해 지어낸 것이기에 사실을 바탕으로 쓴 것임을 알려준다. 실제로 김영하는 「검은 꽃」을 집필하기 위해 멕시코와 과테말라로 떠나 자료를 모르고 현장답사를 하며 그곳에서부터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1905년, 1000여 명의 사람들이 일포드 호를 타고 멕시코로 향했다. 일포드 호에 탑승한 사람들의 계층은 매우 다양하다. 일반 백성부터 양반, 신부와 무당, 심지어 황족들도 있었다. 이들 모두 더 좋은 일자리와 삶을 얻기 위해, 자신만의 커다란 꿈을 안고 기울어져 가는 나라를 등졌다. 그런데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기대 아래 출발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는 대륙신민회사에 의해 멕시코에 노예로 팔려가는 것이었다. 돈을 잘 벌게 해주겠다는 광고는 모두 거짓이었다. 이들이 도착한 멕시코의 에네켄 농장은 끔찍한 곳이었다.
작년에 나는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고 나서 김영하 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당시 책을 읽고나서는 신선한 충격에 휩싸여서, 김영하 작가의 다른 책들도 한 번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검은 꽃'은 나의 두 번째 김영하 소설이 되었다.
이 책은 멕시코로 떠난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묵서가에서 큰 돈을 벌고 다시 고향 땅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란 기대와는 달리, 현실은 참담했다. 멕시코로 향하는 배에서부터 애니깽 농장들, 그리고 머나먼 과테말라의 정글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향하는 곳에는 더 이상 그들을 반겨줄 가족도, 친구도 없었으며, 나라도 없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조국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각자의 모습으로 살아갈 방법을 강구했다.
표현적인 부분에 주목하자면 인상적이 부분이 있었다. 대부분의 감각은 감각수용기를 지나 시상을 거쳐 대뇌피질로 연결된다. 그러나 후각은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가장 직관적인 감각이다. 시상을 거치지 않고 받아들이는 즉시 처리되는 유일한 감각이다. 이러한 후각을 통해 심상을 형성하고 사건을 매개한 것이 인상 깊었다. 뱃멀미에 지쳐 고된 생활에 지쳐 그 어떤 감각과 감정조차 무뎌진 척박한 환경에서도 ‘냄새’만은 아직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고 욕망하게 하고 희망을 보게 했다. 노루피에 사향을 담가놓은 냄새는 연수에게서 나는 여인의 향기이다. 이는 욕망을 상징하며 이정과 연수의 사랑, 그 시절의 젊음, 희망의 찼던 아름답던 날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정이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에도 모든 감각이 신경이 꺼져가던 죽음의 순간에도 노루피 냄새만은 강하게 뇌리에 박혀 마지막 숨을 토해낸다.
김영하 역사소설인 ‘검은 꽃’이라는 책을 읽어나감에 있어서 단순히 줄거리를 읽기보다 좀 더 비판적인 관점에서 책을 파고 들어갔다.
‘검은꽃’은 ‘탈근대적 역사소설의 관점’에서 저자 김영하는 바라보고 있다. ‘검은꽃’은 역사적인 소재를 바탕으로서 픽션을 가미한 역사소설인 것이다. 또한 ‘탈근대’라는 측면과 더불어서 작가는 다른 무언가를 말하고자 했다.
단순히 애국적이고 민족주의적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의 제목인 ‘검은꽃’처럼 민족이나 국가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냉소적이고 염세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역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적 역사소설과는 상당히 거리감을 느끼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역사를 보는 것이리라.
‘검은꽃’에 나타난 과연 국가라는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사전적인 개념으로서의 국가가 아니라 책에서 나타나고 있는 국가는 도대체 무엇인가?
![[독후감]검은 꽃](https://image4.happycampus.com/Production/thumb212/2023/09/26/data29041445-0001.jpg)
김영하 장편소설 <검은 꽃>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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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 서평] 검은꽃 -김영하-](https://image4.happycampus.com/Production/thumb212/2021/12/15/data26460764-0001.jpg)
![[우수 독후감] "검은 꽃" 읽고](https://image4.happycampus.com/Production/thumb212/2021/06/14/data26132822-0001.jpg)
[우수 독후감] "검은 꽃"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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