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김애란이 돌아왔다. 2012년 올해로 등단 만 10년 차가 되는 시간 동안 공백 없이 작품을 발표해오기도 했지만, 지난해 출간한 첫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으로 차세대 '젊은 작가'라는 수식어를 2010년대 대표 작가로 갈아치운 그녀다. 많은 사랑과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세번째 소설집 <...
이 책의 저자 김애란은 1980년생으로 2003년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등단한 이후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두근두근 내 인생』, 『비행운』 등의 다수의 작품집을 펴냈으며 짧은 호흡의 문장, 특유의 발랄함과 유머감각, 일상적인 소재와 특징적인 성격화 방식 등으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부상했다. 『비행운』 은 2011 젊은 작가 상 대상 수상작 「물속 골리앗」, 2010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 등 모두 8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스테디셀러로 장기간 인기를 누리고 있는 책이다.
8개의 소설 중 마지막 작품인 ‘서른’의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지만 대학과 일을 병행하며 열심히 살아온 ‘나’는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팍팍한 삶에 좌절감을 느낀다. 그러던 중 옛 남자친구의 소개로 ‘선진국형 신개념 네트워크 마켓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다단계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일하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포기한 채 살아가던 ‘나’는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전에 잠깐 일했던 학원에서 자신을 많이 따랐던 밝은 제자를 그곳에 빠뜨렸다. 그 제자의 연락도 받지 않은 채 잘 살고 있겠거니 스스로 위안했지만 얼마 전 많은 빚을 안고 자살시도를 하다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죄책감에 빠진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의 이야기를 20대에 알고 지내던 언니에게 편지로 전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1. 나오며: 한국 문학 명작으로서 비행운이 가진 의미
소설집 『비행운』의 의미와 주제를 통해 ‘비행운’이라는 단어의 의미와 이가 내포하고 있는 작품 전체의 주제를 알아보았다. 더 나아가 상호텍스트적 읽기를 통해 작품에 드러난 작가의 의도와 특정 단어들이 상징하는 의미를 알아보았다. 이 책의 제목 <비행운>은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에 머무르는 구름, 무언가 있었던 흔적을 한참 동안 올려다 보고 싶은 것, 그것이 소설의 역할이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인 비행운(飛行雲)과 결코 해소되지 못하는 불행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비행운(非幸運)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8개의 작품들은 서로 전혀 다른 내용으로 전개되는 것 같으면서도 비슷한 서사를 지니고 있다. 각 작품들 속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다른 절망적 상황에 놓여있지만 모두들 자신의 존재를 찾고 끊임없이 돌아다니고 추궁하며 그들의 생명의식을 보여준다. 소설 속엔 미망, 낙담, 초조 등의 감정이 확실히 존재하는 동시에 주인공들의 행동을 통해 우리에게 항상 어떤 것이든 힘차게 나아갈 가치고 있고 인생이 결코 허무한 것이 아님을 일깨워 준다.
김애란 작가의 소설에서 ‘물’은 일반적으로 불모성을 상징한다. <물속 골리앗>에선 ‘물’이 주인공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로 차용되기도 한다. ‘살아 남는다는 것’이란 어쩌면 행운이 보장되지 않은 미래,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른채 마주해야 하는 시간들의 축 위를 서성이는 것이 삶이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비행운들 속에서 ‘살아남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애란 작가에게 공간이란 배제와 억압의 상징적 질서로 구축된 현실 공간 속에서 희망의 장소를 상상하고 구축한 것이다.
2장 『비행운』의 의미와 주제에선 현대인의 불안요소와 고립 양상과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작품을 살펴보았다.
비행운 속에서 주인공들은 열악한 주거환경과 불충분한 일자리 제도에 의해 억압되고 위축된 사회적 약자들이다.
<큐티클>은 르네 지라르(R. Girard)의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에 따르면 중개자의 존재를 잘 드러내는 소설적 작품이다. <큐티클>의 주인공은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중개자의 존재를 인식하게 만든다. 특히 주인공이 손톱에 사로잡히기까지의 과정이 주인공의 심리에 따라 서술되는데, 결말부에 이르러 친구에게 자신의 손톱을 감추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주인공의 욕망이 철저히 타자에 의한 것임을 암시한다.
소설을 다 읽고 처음에는 지나쳤던 두 번째 페이지의 “없으면 아쉽고 사자니 아까워 빌린 건데, 가방을 돌려줄 때는 후회가 컸다.”라는 말을 다시 보면 주인공의 심정을 비로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벌레들>
가정을 꾸려 가장이 되었고, 아이까지 생길 가정을 위해 경제적 여유를 찾고자 하는 가장과, 집에서 태아의 성장을 몸소 느끼며 고통과 삶의 무게를 수반하는 아내가 있다. 절대적 안정을 취하는 게 좋은 이 상황에서 나무가 쓰러지고, 누군가 배를 잡고 고통을 이기며 뛰어가는 걸 아내가 목격한다.
“감동적인 음악을 들으면요, 참 좋다, 좋은데, 나는 영영 그게 무슨 노래인지 알 수 없을 거라는, 바로 그사실이 좋을 때가 있어요”
늘 합리적이고 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다. 노력만 할 뿐. 또 사람이 살아갈 때에 제일 필요한건 뭔갈 하는거라 생각한다. 생각, 행동, 말하기 같이. 그렇다고 고된 노동을 할 필요는 없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무기력하게 있으면 걸리버 여행기의 ‘말馬 국가’에서 무의미한 논쟁만 벌이던 말들처럼 된다. 무언갈 해야 행복하고 정신을 찾을 수 있고 삶이 재밌어 진다, 이 대사도 그렇다. 물론 방정식 풀 듯 정확히 떨어지는 일 또한 행복이지만 적당히 산들바람 맞으면서 마음으로만 간직하고 넘기는 일도 필요한 거 같다. 저 대사는 이걸 말한거 같다.
나와 가족들은 20년간 살아온 삶의 터전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대출을 갚아 겨우 소유하게 된 건물에 엉뚱한 새 소유주가 나타난 것이다. 아버지는 가정에서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직장에서는 크레인에 올라 임금 체불 시위를 벌인다. 아버지가 직장에 갔을 때 찾아온 낯선 남자는 그가 실족사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러나 물에 축축이 젖은 아버지의 시체를 확인한 나의 어머니는, 그의 죽음을 의심하며 정확한 사인을 알기 전까지는 마을을 떠나지 않겠다고 한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유례없는 장마가 시작되고 나와 어머니는 아파트에 고립된다.
아파트에는 그들을 제외하고 누구도 남아 있지 않다.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사람들이 모두 떠나갔기 때문이다. 수해로 인해 고립된 상황에서도 나는 장마가 지속되는 동안은 용역들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안심한다.
비행기가 남기는 자국이 비행운이다. 하늘에 비행운이 생기면 하던 것을 멈추고 비행기를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데, “비행운”이라는 제목을 보고 뭔가 끌린 듯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 ‘너의 여름은 어떠니’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서 그런지 느리게 읽혔고, 그 다음의 ‘벌레들’부터는 공감하면서 주인공을 걱정하면서 책을 읽었다. 결론이 없는, 열린 결말의 이야기가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점점 하나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여운이 많이 남아 다음 이야기를 다시 읽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기 시작했다.
김애란은 자신을 지나간 무언가가 무엇인지 몰라 그 이름을 짓는다. 소설을 씀으로써 그 이름을 부른다. 그의 가족 Y의 앞을 지나갔던 그 시절은 ‘청춘’이었고, 김애란은 이미 떠나버린 그 시절을 ‘서른’의 과거로 그려냈다. 청춘이라고 하기에는 늦은 것 같고, 청춘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이른 듯한 나이, 서른. 본래 아픈 시절이라고 정의하기도, ‘한창 좋을 때’라고 정의하기도 애매한 시기, 청춘. 김애란은 소설 「서른」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청춘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질문하며, ‘청춘’이 내포하는 기존의 관념에 도전한다. 그의 렌즈에 ‘청춘’은 어떤 모양으로 맺혔을까. 그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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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김애란) 독서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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