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상한’ 아홉 명의 뇌로 알아보는 인간의 뇌 이야기인간의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특별하고 훨씬 이상하다. 우리는 기억하고, 감정을 느끼고... 헬렌은 이 여행에서 만난 특별한 아홉 명, 즉 자신의 삶을 하루도 잊지 않고 기억하는 남자와 자기 집에서조차 길을 잃는 영원한 미아인 여자를 비롯해...
누구나 그럴 수 있다. 책 속에 소개됐던 사람들처럼 나에게도 이 말은 큰 위안이 됐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 모두는 저마다 독특한 뇌를 갖고 있다. 나는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먹고 있는 약의 이상반응으로 복용 초기부터 지금까지 환각을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이상반응이 나타나면 복용을 중단해야 하지만 약효의 긍정적인 면 때문에 계속 복용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나의 환각은 깨어있는 내내 끊임없이 몸 안에서 음악이 재생되는 실비아에 비하면 경미한 수준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제어하거나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고 하지만 끌 수 없는 라디오를 항상 지니고 산다는 건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나의 환각은 수면과 각성 상태의 과도기에서 발생한다. 가끔 팔을 휘둘러 반대편에 있는 스마트폰을 때리기도 하고 아이패드를 구부러뜨리려고 하는 등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미약하게는 집에 없는 가족이 보이거나 말을 걸었다고 생각하거나 중얼대기도 하고 심하면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모두 약을 먹기 전에는 없었던 증상이지다. 다행히 약을 끊으면 증상이 없어지고 약을 꾸준히 복용하다보면 정도와 횟수가 줄어든다.
예전에는 가위에 꽤 자주 걸려 자취하는 몇 년 동안 불을 켠 채로 잠드는 습관이 생겼다. 가위에 눌리는 것 또한 램 수면 상태에서 발생하는 환각의 일종일 거라고 감히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살면서 한 번쯤 가위에 눌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각을 경험해본 것이다. 모든 환각 정신병은 아니며 숨길 이유도 없다. 그저 증상이나 증후군, 장애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