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문학의 달인들이 충실한 해설을 제시함으로써 근본적인 문학 감상을 위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제20권 『사평역』에서는 사회적, 역사적 사건들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낸 임철우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줄거리
발단 : 시골 간이역 대합실에 몇 사람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난로에 몸을 녹이며 각자의 삶을 떠올린다.
전개 : 대합실에 모인 사람들은 30대 중반의 농부와 그의 병든 아버지, 시국 사건으로 대학에서 퇴학당한 청년, 교도소에서 출감한 지 얼마 안 되는 중년 사내 등으로 이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절정 : 이들은 각자의 사연을 가슴에 품은 채 톱밥 난로의 불빛을 바라본다.
결말 : 두 시간 연착한 야간 완행열차가 도착하고 사람들은 각자의 삶의 자리로 떠나간다.
주제: 한 겨울, 눈이 하루 종일 내리는 사평역은 산골 간이역이다. 대합실에 기차를 타려고 몇몇 사람들이 난롯가에 모여 날씨 때문에 제시간에 못오는 완행열차를 기다린다. 병들고 가난하고 외롭고 어려움이 많아 힘겨운 사람들이 저마다 기다림으로 기다린다. 두 시간 연착한 기차에 몸을 싣고 떠난 손님을 보며 늙은 역장은 근심을 저버린다. 대합실에 미친 여자가 남았다. 그녀를 위해 난로에 톱밥을 더 넣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국어 수업시간에 소설 '사평역' 의 일부분을 접했는데,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애환이 잘 담겨있는 작품인 것 같아 관심이 생겼었다. 그리고 좀 더 조사를 해 본 결과 이 소설이 곽재구의 '사평역에서' 라는 시에서 영감을 받고 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두 작품이 광주 민주화 운동과 연관이 있는 작품이라는 것도 알게 되어서, 이 작품에 더욱 흥미가 생겼다. 그래서 소설 '사평역' 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도중 요즘에 시간이 나서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은 눈 내리는 사평역에서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로는 미친 여자, 대학생, 노인과 농부, 춘심, 서울 여자 등이 있는데 이들 모두는 각각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특별한 주인공이 있기보다는, 이들 모두의 삶을 골고루 조명하고 있다.
「사평역」에서 시적이라고 생각되었던 부분은 여러 문장이 있었다. 예를 들어 본 내용에서 ‘갓난아이의 주먹만한 눈송이들’, ‘섬뜩한 탐조등의 불빛이 끊임없이 어둠을 면도질해대고 있을 교도소의 밤’, ‘하얗게 쏟아지는 눈발을 망연히 바라보며 청년은 그것이 무수한 나비떼 같다고 생각한다’, ‘아낙네들은 불어터진 오징어발 모양 볼품없이 아무렇게나 난로위에 펼쳐놓은 자기들 손이 문득 죄 없이 부끄럽다’, ‘차 내부의 불빛과 승객들의 미이라 같은 형상들이 꿈속에서 보듯 현란한 흔적으로 반짝이다가 이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삐비꽃이 피어나듯 주황색 불꽃이 타오르다가 이내 사그라져 들고 만다.’처럼 시적이라고 생각되었던 부분들은 내용에서 많이 보였다. 하지만 이 중 다른 문장들에 비해서 유난히 시적이라고 생각되었던 문장들이 3가지 있었다.
첫 번째로 눈송이를 갓난아이의 주먹만 하다고 표현하는 부분이 시적이라고 느껴졌다.
지하철, 역, 심지어 교실 안에서까지, 오늘날 사람들은 소통의 부재를 겪고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살아가는데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지내는데 대체 어떤 소통의 부재냐 되묻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카카오톡이나 문자 같은 통신매체의 발달은, 마치 재물이 가난한 자들의 것을 빼앗아 부유한 자들에게 몰리는 것처럼 이미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과는 더 자주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도록 돕지만, 반대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 기회를 빼앗는다.
감탄이 나오는 소설이었다. 우선, 문체와 표현이 너무 따듯하고 시적이었다. 화려한 수식 없이 담담한 어조로 그리는 사평역을 보며, 싸늘하게 식은 대합실 풍경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인물묘사도 뛰어나, 각 인물들이 지닌 사연의 토막들만으로도 그 사람의 고민, 회환들이 숨소리처럼 들리는 듯 했다. 소설의 배경은 작디작은 대합실 안이지만, 초점은 그 사람들 한명 한명의 개인사에 맞춰져 부패한 대학도, 고독한 감방도, 추레한 시골도 모두 그 속에 들어있는 듯 하다.
무엇보다 구조적으로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한다. 단편소설임에도 독립된 인물들의 개인사를 모은 피카레스크 구성이 사용된 것 같다. 그리고 병렬적으로 나열된 이야기는 ‘흐유, 산다는 게 대체 뭣이간디…….’라는 지점에서 하나로 모이고, 톱밥 한 줌이 삐비꽃 피어나듯 타오르는 장면에서 위로가 생겨난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우연히 모인 사람들에게서 삶의 보편성을 도출하는 것이다.
눈 오는 밤,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리며 모인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었다. 편찮은 아버지를 모신 농부 아들도 있고, 미친 여자도 있고, 대학에서 퇴학당한 대학생도 있다. 부유하지만 고달픈 서울 여자도 있고, 돌아다니며 장사하는 여자들도, 감옥에서 막 출소한 남자도, 술집 여자도 있다. 이들의 삶은 모두가 험난하다. 그리고 ‘사평역’은 이들의 사연을 하나하나씩 풀어나간다.
많은 사연 중 술집 여자의 사연이 마음에 남았다. 술 앞에서는 당당하고 기가 쎈 여자이지만 밖에 나가면 죄인이 되는 춘심이. 아마도 그녀는 술 앞에서는 춘심이 되었다가 밝은 곳 아래에서는 옥자로 돌아가는 게 아니었을까 싶었다.
![[독후감] 사평역](https://image4.happycampus.com/Production/thumb212/2023/07/01/data28708953-0001.jpg)
임철우, 사평역 독후감
독서레포트('사평역에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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