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독일 전환기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토마스 브루시히의 피카레스크 소설(악동 소설). 그의 <태양의 거리>, <그것이 어떻게 빛나는가>와 함께 '동독의 3부작'이라 일컬어지는 이 작품은, 동독의 한 무명 작가에게 성공가도를 열어주었고 각종 굵직굵직한 상을 석권하면서 드라마와...
주인공인 클라우스 울취트는 어린시절부터 성적으로 억압받아 살아왔으며, 강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구동독 사회체제의 통제를 받으며 슈타지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당한 클라우스는 통일된 독일에 적응해야하는 청년이다. 그는 미국 ‘뉴욕 타임즈’지의 기자인 키첼슈타인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장본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장벽의 붕괴가 자신의 성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클라우스를 보며 과대망상증에 걸린 환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며, 또한 성적인 충동을 억제하는 에피소드들을 보며 클라우스가 극단적인 변태 성욕자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내용이 독일 소설 답지 않은 적나라함과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볼수 있는 언어유희가 읽는 내내 재밌는 요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책에서 가장 진지하게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이다.
‘만약 베를린 장벽을 나 혼자서 열었다고 주장했다면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독일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내 말을 믿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주인공 클라우스가 자신이 서독과 동독을 통일시켰음을 주장하는 부분이다. 물론 그는 과대망상증에 걸렸으며 픽션에서나 가능한 허무맹랑한 주장을 펼치지만 나는 여기에서 그의 ‘민중들의 무력함. 소시민성’에 대한 비판에 주목했다
그는 자신이 행동을 하기까지 함께 있었던 수많은 군중들은 그저 ‘누군가 상황을 변화시키기’를 기다리기만 했다고 꼬집는다. 또한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용기가 결여된 민중을 비판한다.
나는 이 비판이 독일민중 뿐 아니라 나에게도 , 우리에게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일 년에 한 번씩 ‘통일 백일장’에 참여하고 ‘분단 상황을 소재로 한 영화’ 에 감동받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 같은 우리의 행동이 진정으로 통일을 위해 자발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려는 행동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