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백치』상권. 고전들을 젊고 새로운 얼굴로 재구성한 전집「열린책들 세계문학」시리즈. 문학 거장들의 대표작은 물론 추리, 환상, SF 등 장르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들, 그리고 우리나라의 고전 문학까지 다양하게 소개한다. 소설에 국한하지 않고 시, 기행, 기록문학, 인문학 저작 등을 망라하였다. 원전에...
러시아 문학에 대해 배우다 보면, 그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인물은 도스토예프스키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 세계를 가장 잘 나타내는 키워드를 꼽는다면 ‘리얼리즘’, ‘러시아 정교’, ‘돈’ 등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백치>는 이러한 키워드들을 모두 반영하는 동시에 그의 5대 장편소설 중 도스토예프스키라는 작가 세계를 가장 잘 묘사한 작품인 것 같다. 그렇다면, 도스토예프스키가 <백치>를 읽는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책의 이름이 참 단순하고 간결하다. 백치. 백치란 뇌에 발생한 장애 및 질환으로 인해 지능이 매우 낮고 정신이 박약한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뭔가 굉장히 계몽적인 내용의 책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치의 작가 도스토옙스키에게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일화가 있기 때문이다. 사형수였던 그는 형 집행 5분 전에 마지막으로 삶을 마무리할 시간을 받았는데, 그 시간이 지나기 전에 형이 취소되어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에 크게 깨달은 그는 1분 1초를 허투루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나는 “백치”가 그의 확고한 가치관과 신념 등을 담고 “시간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 백치나 다름없다”와 같은 내용을 다루는 책일 것으로 생각하였다.
이 책은 2일간의 이야기를 적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건들과 주인공들의 생각, 감정 등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레프 니콜라이 미시킨 공작은 스위스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지병(간질)치료를 받고 돌아왔고 예판친 장군 아내가 미시킨 가의 마지막 공작 부인이라며 그 집에 들렀다. 그의 행동은 여느 다른 어른들과 달리 어린아이처럼 순진무구했고 속물근성이 없어 백치라는 별명을 가졌다. 장군은 처음에 그를 무시하는 듯했으나 그의 순진한 면모에 반해 일자리도 찾아주며 도움을 준다. 예판친 장군에게 들렀다가 그의 3명의 딸들과 리자베따 프로꼬피예브나와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사랑이야기, 사형수의 이야기 등을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 매력적인 여성으로 등장하는 나스따시야는 귀족 출신이고 또쯔끼의 전 정부로, 자신의 순결을 뺏아간 또쯔끼와 예판친 딸의 결혼에 훼방을 놓는다.
정신질환 때문에 러시아를 떠나 4년 남짓 스위스에서 요양을 했던 미쉬낀 공작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는 열차에 오른다. 뻬쩨르부르그로 향하는 3등석 칸에는 엄청난 유산을 받게 될 상인의 아들 로고진과 잘난체하는 아첨꾼 레베제프가 타고 있었다. 로고진은 5주 전 아버지와의 불화로 가출했다가,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다시 돌아오는 중이었다. 가출한 이유는 처음 본 나스따시야에게 아버지의 재산으로 다이아몬드 귀고리를 선물한 사건 때문이었다.
얘기를 나누는 사이, 기차는 어느덧 역에 도착한다. 로고진에게 줄곧 아첨을 떨었던 레베제프는 결국 그를 따라가게 된다. 공작이 마음에 들었던 로고진은 자신을 찾아오라는 초대를 한 후 헤어진다. 미쉬낀 공작은 가문의 유일한 연고이자 생존자인 예빤친 장군의 부인, 리자베따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공작은 그의 거지꼴 같은 행색을 의심하는 시종과 말다툼을 벌여야했다. 시종은 공작이 백치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호감을 느끼게 되고 사형제도에 대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얘기 도중, 비서 가브릴라가 공작을 접견하여 예빤친 장군에게 안내한다.
예빤친 장군은 명예, 부, 지위 등 모든 방면에서 승승장구를 달리고 있는 성공한 가장이었다. 가브릴라는 결혼문제, 가정문제 등이 현재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장군의 비서로서 총애와 후견을 받으며 미래가 어느 정도 보장된 청년이었다.
장군은 먼 친척뻘이라는 이유로 일면식도 없이 자신을 무작정 찾아온 공작을 당황스러워 했다. 하지만 공작이 비록 백치처럼 보일지라도 그의 순진하고 악의 없는 성품에 호감을 느꼈다. 장군은 공작의 서예실력에 감탄하여 관청의 일자리와 가브릴라 집에서의 하숙을 주선한다.
한편, 공작이 서예를 하는 동안 장군과 가브릴라의 대화를 엿듣게 되는데 약간의 신경전이 오고간다. 그 대화는 오늘 밤 예정된 나스따시야의 생일파티, 그녀와 가브릴라의 혼사문제 등에 관해서였다. 이때 공작은 처음으로 그녀의 사진을 보게 되는데 미모에 현혹되어버리고 만다.
Ⅰ. 이야기를 들어가며
문학은 시대를 따라 흐르는 강이라고도 한다. 즉, 문학은 그 시대의 풍조나 사상 등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고 때로는 문학의 주제가 그 시대를 풍미하는 가치관이나 상황을 담고 있기도 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면모로 보았을 때 우리는 문학을 접할 때에 시대에 대한 선행연구 없이는 이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백치가 쓰여진 시대에 대한 고찰을 통하여, 도스토예프스키가 우리에게 시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찰해 보고, 이를 바탕으로 과연 《백치》의 미쉬낀 공작은 무엇을 추구했으며, 공작의 삶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Ⅱ. 《백치》의 시대상황 - 1860년대의 러시아.
도스토예프스키가 살았던 시대는 러시아 지성사에서 가장 치열한 투쟁이 전개되던 시기였다. 서구주의와 슬라브주의를 비롯해 실증주의, 계몽주의, 사회주의와 인민주의, 마르크스주의 등이 서구로부터 물밀 듯이 밀려들 때, 도스토예프스키는 그 서구의 사상들이 가진 본질을 꿰뚫어보고, 그 맹점을 폭로하고자 노력했다.
원래 그는 1840년대 말 급진적인 서구주의적 그룹에 속했다는 이유로 사형선도를 받고 8년간 시베리아 유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그는 시베리아 감옥에서 러시아 민중을 관찰하면서 인간이성에 대한 믿음이나 합리성에 근거한 망상의 허구성을 깨닫게 되었고 그런 경험을 통해 1840년대 자신이 지녔던 사상에 대해 철저히 숙고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문명과 이성의 의미에 대해 재고하게 되었고, 서구의 합리주의와 이성중심적 사상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되었다. 그 결과로 도스토예프스키는 신이 없는 그들의 길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며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서의 그리스도의 형상을 내면에 갖추지 못한 채 실천하는 추상적 인류애는 인간에 대한 증오와 피를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일그러진 인물들의 내면을 그려내는 것에 일가견이 있다. 그러한 인물들의 의식 묘사나 대사, 행동 서술 등은 오늘날까지도 따라갈 작가가 드물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중심인물은 세 명이다. 주인공 미쉬낀 공작, 한때 부유한 귀족의 정부로 지냈지만 끝없이 자기만족과 사랑을 갈구하며 수많은 남성들을 유혹하는 나스따샤, 그리고 미쉬낀에게 마음이 있는 장군의 미인 셋째 딸 아글라야. 여기에 나스땨사를 지독하게 사랑하는 로고진도 중심인물이 될 수 있으나 나는 로고진의 비중은 조금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미쉬낀 공작을 가장 혼란스럽게 하는 두 여인이 이 소설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로고진의 비중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보는 시선에 따라서 얼마든지 로고진을 중심인물로 넣을 수도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내면이나 성격을 생각해 볼 때, 역시나 행복한 결말은 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치(표도르 도스토옙스키) 감상문(독후감)
![도스토예프스키, 소설 [백치] - 요약본](https://image4.happycampus.com/Production/thumb212/2020/12/24/data25421133-00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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