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보여 주는 눈이 아닌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싶은 열일곱 정호!청소년 소설 작가 이옥수가 들려주는 열일곱 청춘들의 이야기 『파라나』. 그동안 도시 빈민촌, 탄광촌, 산업 현장 등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무대로 10대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온 저자의 이번 작품은 외부로부터 부여되는 ‘착한 아들’로서의...
1부 ……쓰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 어머니는 선생님 옆에 바짝 붙어서 쉴 새 없이 당신 아들 이야기를 한다.
정호는 어머니의 입이 거미 똥구멍 같다는 생각을 한다. 거미가 알을 쉴 새 없이 낳는 것처럼 어머니는 아들 자랑에 쉼이 없다.
착한 학생 소리를 들으면 바른 생활 책에서 튀어나온 글자들이 눈앞에 동동 떠다녀서 어깨가 으쓱할 때도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릴 적 이야기지 지금은 정말 뚜껑이 열릴 것 같이 화가 난다.
정호는 어둠 속에서만 움직이는 자신의 애완용 전갈을 보면서 ‘어떤 아픔이 있기에 어둠 속에서 헤맬까?’하는 생각에 빠져든다.
고등학교 입학 첫 날, 예별을 보는 순간 정호는 숨이 턱 막히면서 눈앞이 아득해 졌다. 정호가 원거리 고등학교를 고집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정호는 자신의 신상정보를 알지 못하는 학교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어느 날 존재감 없이 지내는 정호에게 효은이라는 친구가 손을 내민다.
‘아, 씨. 배고프다. 집에 진짜 라면 몇 개밖에 없어!’하며 돈을 빌려달라고 히죽댄다.